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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넘긴 나이에도 美 대학 농구팀 선수 지도한 수녀 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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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11 16:23:42 수정 : 2025-10-11 16:23:42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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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소재 로욜라大 남자 농구팀 교목 맡아
증손자뻘 선수들과 숙식 함께하며 기도 드려
약체 팀이 2018년 4강에 오르는 기적 일궜다

미국 일리노이주(州) 시카고에 있는 로욜라 대학교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가톨릭 예수회가 세운 학교다. 한국으로 치면 서강대와 비슷한 이 대학에는 ‘명물’이 하나 있었다. 10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로욜라대 남자 농구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맡아 손자, 아니 증손자뻘 학생들에게 스포츠 정신은 물론 인생의 지혜를 가르친 진 돌로레스 슈미트 수녀가 주인공이다.

 

미국인들 사이에 ‘시스터 진’(Sister Jean)으로 불리며 존경을 받아 온 그가 9일(현지시간) 106세를 일기로 선종(善終)한 사실이 전해졌다. 로욜라대 측은 10일 이 같은 소식을 알리며 “고인은 건강상 이유로 지난 8월 농구팀 지도자에서 물러났으나 최근까지도 고문으로서 생의 마지막 순간을 젊은 학생 선수들과 함께했다”고 밝혔다.

 

미국 시카고에 있는 로욜라 대학교 남자 농구팀의 전담 교목을 지낸 진 돌로레스 슈미트(1919∼2025) 수녀. 사진은 고인이 98세이던 2018년 3월 로욜라대 팀이 예상을 뛰어넘은 좋은 성적을 거두자 기뻐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마크 리드 로욜라대 총장은 “진 수녀님은 6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우리 학교에서 많은 역할을 하시며 여러 세대의 학생과 교수, 직원들에게 지혜와 은혜의 귀중한 원천이 되어 주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우리는 깊은 슬픔과 상실감을 느끼지만, 이제 진 수녀님이 우리에게 나눠준 사랑과 연민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으로 고인의 유산을 기리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진 수녀는 한 세기 전인 1919년 샌프란시스코의 한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났다. 대공황(1929)의 혼란과 오늘날 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금문교 개통(1937)을 직접 곁에서 지켜봤으며 제2차 세계대전 발발(1939)도 뚜렷이 기억했다.

 

어릴 적에 종교적 소명을 접하고 수녀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스포츠에 관심과 재능이 남달랐다. 그래서 가톨릭계 학교에서 여학생들을 가르치며 농구팀 코치로 활약하기도 했다.

 

미국 시카고에 있는 로욜라 대학교 남자 농구팀의 전담 교목을 지낸 진 돌로레스 슈미트 수녀(오른쪽)가 103세이던 2023년 막 연습을 시작하려는 젊은 학생 선수의 손을 붙잡으며 격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로욜라대와는 70세를 훌쩍 넘긴 1991년에야 인연을 맺었다. 대학 측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신앙 문제로 인해 영적 고민을 하는 학생들을 위해 진 수녀를 채용했다. 말하자면 교목(校牧· chaplain)을 맡은 것이다.

 

1994년 진 수녀는 로욜라대 남자 농구 선수들을 위한 전담 교목이 됐다. 이 학교 농구팀은 결코 강팀이라고 할 수 없었다. 1985년 이후 미국 대학스포츠협회(NCAA)가 주관하는 대학 농구 최대 이벤트인 64강 토너먼트, 일명 ‘마치 매드니스’(March Madness)에 한 번도 출전하지 못한 점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런데 진 수녀가 부임한 뒤 선수들이 달라졌다. 그는 자신보다 70∼80세 어린 증손자뻘 학생들과 기숙사에서 숙식을 함께했다. 시합을 시작하기 전 간절한 기도로 영적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승패와 상관없이 선수 개개인에게 일일이 이메일로 격려 편지를 보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 있는 로욜라 대학교 체육관에 이 학교 남자 농구팀의 전담 교목이었던 진 돌로레스 슈미트 수녀의 사진과 더불어 고인을 추모하는 글이 전시돼 있다. AP연합뉴스

진 수녀가 98세이던 2018년 로욜라대는 수십년 만에 ‘마치 매드니스’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지었다. 대회 주최 측 관계자들은 시합이 끝나자마자 로욜라대 선수들이 한 사람의 노(老)수녀에게 일제히 달려가 포옹하며 기쁨을 나누는 모습에 ‘저 할머니는 도대체 누구일까’ 하는 호기심을 가졌다. 그해 ‘마치 매드니스’에서 로욜라대 농구팀은 “객관적 전력 면에서 열세”라는 세간의 평가를 뒤집고 4강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선수들은 인터뷰에서 “수녀님의 지도 덕분에 생활 태도가 바뀌고 경기력도 향상됐다”는 경험담을 앞다퉈 털어놨다. 덩달아 진 수녀도 미 전역은 물론 세계 스포츠계에서 알아주는 유명 인사가 되었다.

 

100세가 된 2019년 진 수녀는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축복을 받았다. 2022년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그의 103세 생일을 맞아 “수녀님은 ‘잘 산 인생’이란 것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라는 구절이 담긴 축하 메지시를 보냈다. 2023년 진 수녀는 ‘목적을 갖고 눈을 떠라: 100년을 살면서 배운 교훈’이란 제목의 회고록을 펴냈다. 책에서 그는 삶을 대하는 긍정적 태도와 이웃에게 늘 베푸는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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