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전날인 10일 전후 80년을 맞아 개인 명의 메시지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전쟁 관련 사실을 더 명확히 언급했어야 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외교부는 11일 이시바 총리가 개인 명의로 발표한 ‘전후 80년 소감’과 관련해 “‘과거를 직시하는 용기와 성실함’, ‘역사로부터 배워나가는 것의 중요성’ 등을 언급한 점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이시바 총리가 지난달 유엔총회와 한국을 방문한 것에 대해서도 “일본이 과거를 직시하는 용기와 성실함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의 책임있는 지도자들이 과거의 역사를 직시하며 국가 간, 국민 간 신뢰를 위해 진력하는 것은 현재와 미래의 협력에 바람직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시바 총리는 ‘전후 80년 소감’에서 “전후 50년, 60년, 70년 총리담화를 바탕으로 역사 인식은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며 “지난 (제2차 세계) 대전의 반성과 교훈을 가슴 깊이 새길 것을 맹세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시바 총리는 “과거를 직시하는 용기와 성실함, 다른 사람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이는 관용을 가진 본래의 자유주의, 건전하고 강인한 민주주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일본이 역사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식민지 지배나 인접 국가에 대한 사죄, 전쟁 관련 사실을 더 명확히 언급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역사학자이자 평론가인 쓰지타 마사노리 씨는 이날 아사히신문 기사에서 “전체적으로 어중간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며 “전쟁 역사를 말하는데, ‘중국’과 ‘아시아’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렇기 때문에 일본이 대륙에 진출하게 된 경위가 보이지 않는다”며 “추상적이고 비뚤어진 내용이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쓰지타 교수는 “편협한 내셔널주의와 차별, 배외주의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최근 정세를 고려하면 평가할 만한 점”이라고 했다.
헌법학자인 야기 히데쓰구 레이타쿠대 교수도 마이니치신문을 통해 “새로운 면이 없다”며 “보수층에 대한 배려로 역사 인식 관련 문제에 관한 언급을 피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어중간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야마다 아키라 메이지대 역사학 교수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는 일본의 전쟁으로 많은 희생자가 나왔지만, 전후 50년 담화에 있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며 “일본 정치가를 향한 메시지라면 몰라도 국민과 세계 사람에 대한 메시지라면 전쟁 가해 측면을 확실히 언급했어야 한다”고 도쿄신문에 말했다.
반면 고스게 노부코 야마나시가쿠인대 교수는 “이념 색채가 없고 표현이 객관적이라는 점을 평가한다”고 마이니치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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