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명절인 추석 연휴 동안 공개일정을 소화하기보다는 정국 구상에 몰두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이산가족과의 만남에 이어 10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 점검을 진행하는 등 일부 일정을 소화했을 뿐 이외에는 특별한 공개일정을 잡지 않고 연휴 이후 당면할 현안에 대비했다.

◆APEC·한미 관세협상 등 외교적 과제 줄줄이
추석 연휴가 지나면 이 대통령은 앞에는 외교 ‘빅 이벤트’들이 줄줄이 놓이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다. 이 대통령 취임 후 국내에서 열리는 첫 대규모 다자외교 행사인 만큼 이 대통령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국 정상이 참석할 예정인 가운데 주최국인 우리 정부가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 당초 예상됐던 것보다 매우 짧아질 가능성이 제기되며 일각에서는 APEC을 계기로 한 한·미 정상 간의 교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한·미 관세협상이 아직까지 교착 상태에 놓인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APEC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됐던 만큼, APEC에서 한·미 정상 간 교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교착 상태가 더욱 장기화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한·일 관계에도 새로이 임해야 한다. 추석 연휴 기간 일본 자민당에서는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재가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적극 교류하며 ‘셔틀외교’ 복원에 성공했지만 온건파인 이시바 총리와는 달리 극우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재와의 관계를 풀어가는 것은 새로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이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에 앞서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등 또 다른 다자외교 무대에 참석할 가능성도 있다.

◆李 정부 첫 국정감사… 국정자원 화재·김현지 등 두고 野 공세 예상
대내적으로는 이재명정부 들어 첫 국정감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국정감사는 연휴가 끝난 직후인 13일부터 시작된다. 오는 30일까지 2주간 진행될 국정감사에서는 민생·경제 문제는 물론 대통령실 인사와 운영 등에 대한 집중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 등에 대한 야권의 공세도 이어질 전망이다. 야당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대책회의를 열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 관련 진상규명 필요성을 제기하며 국정조사를 제안했다.
국정감사 출석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된 김현지 제1부속실장을 둘러싼 야권의 공세도 계속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국감에서 ‘김현지 미스터리’를 풀겠다”며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1급 공직자인 만큼 김 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해 각종 의혹을 국민 앞에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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