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겨냥 보복 관세 포기하고 수출 시장 다변화 꾀해
지난 8월 초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스위스에 무려 39%나 되는 고율의 관세를 때렸다. 당황한 카린 켈러주터 스위스 대통령이 트럼프와 직접 담판을 짓겠다며 헐레벌떡 미 수도 워싱턴으로 달려갔으나 정작 트럼프는 만나지도 못하고 ‘빈손’ 귀국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뒤 2개월여가 지난 현재 스위스는 어떤 상태일까.
9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스위스는 유럽 국가로는 미국과의 양자 무역 협상에서 가장 큰 불이익을 입은 나라다. 영국이 10%의 낮은 관세율로 제일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냈고 유럽연합(EU)이 15%로 뒤를 이었다. 그러니 스위스에 부과된 39%의 관세는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미국이 적대적 국가에게나 들이미는 ‘징벌적’(punitive) 관세를 연상케 한다는 평가가 국제사회에서 나온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영세 중립국인 스위스는 EU 구성원이 아닌 만큼 EU 회원국과 비교해 약간의 불이익을 감수하는 것은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러나 스위스에게 부과된 39%는 EU 회원국들이 적용을 받은 15%와는 차이가 너무 크다. 일각에서 “스위스가 EU에 가입하지 않은 것을 이번처럼 크게 후회한 적이 없을 것”이란 말이 나온 것도 무리는 아니다.
스위스에게 미국은 주요 수출 시장이다.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미 상무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7월 미국의 전체 수입액 가운데 스위스에서 구매한 상품 액수의 비중은 4.2%로 9위를 차지했다. 1위 멕시코(15%)나 2위 캐나다(11.2%), 3위 중국(9.4%)에 크게 못 미치지만 10위에 오른 한국(3.7%)보다는 더 많은 상품을 미국 시장에 내다판 셈이다.
다만 8월부터 스위스산 제품에 39%의 관세가 부과되는 만큼 미국 시장에서 스위스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앞으로 차츰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스위스가 특히 경쟁력을 자랑하는 의약품과 의료용 정밀 기계부터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한테 부당한 관세 공격을 당했다고 여기는 국가들이 똑같은 고율의 관세 부과 조치로 맞대응하는 것과 달리 스위스는 ‘미국 관세에 보복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두 나라의 경제력 격차를 감안할 때 스위스의 보복 관세 부과가 미국에 미칠 영향은 너무도 미미하기 때문이다. BBC가 만난 스위스 기업인들은 “미국이라고 하는 ‘골리앗’을 스위스의 ‘다윗’이 상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푸념했다.
대신 스위스는 수출 시장 다변화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15억명 가까운 인구를 지닌 인도와의 무역 협정이 최근 발효한 것이 대표적이다. 스위스는 얼마 전에는 브라질·아르헨티나 등이 속한 남미공동시장(MERCOSUR·메르코수르)와도 무엽 협정을 타결했으며, 중국과는 기존의 무역 협정을 계속 개정 및 보완하는 중이다. 무엇보다 스위스 수출액의 50%를 차지하는 EU와의 자유 무역이 여전히 건재하다. 한 스위스 기업인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미국은 스위스 입장에서 아주 중요한 시장은 아니다”며 “스위스는 트럼프가 일으킨 폭풍을 의외로 잘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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