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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이즈 백” 내세운 여자 아베… 자민당 강경 우파 전진배치

입력 : 2025-10-09 18:26:35 수정 : 2025-10-09 21:07:27
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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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차기 총리에 다카이치

중산층 출신·비세습 여성 정치인
“대처 동경하던 보수, 유리천장 깨”
2전3기 당선… 日 첫 女총리 예약

‘킹메이커’ 아소, 부총재로 임명
옛아베파·모테기파 지도부 중용
스가·기시다·이시바 측근 배제

지난 4일 치러진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당선된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재는 남성·세습 정치인이 주류인 일본 정치권에서 이례적인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자민당이 1955년 창당한 지 70년 만에 첫 여성 총재(제29대)가 된 그를 두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치와 무관한 맞벌이 가정에서 자라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동경했던 보수 논객이 유리천장을 깼다”고 평가했다. 이달 하순쯤 국회에서 제104대 총리로 선출되면 1885년 이토 히로부미 초대 총리 이후 140년 만에 일본의 첫 여성 총리가 된다.

창당 70년 만에 첫 여성 총재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자민당 총재가 지난 4일 일본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총재 선거 승리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다카이치는 자민당 최초 여성 총재로, 사상 최초의 여성 일본 총리 취임도 예정돼 있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중산층 출신 비세습·여성 정치인

다카이치는 1961년 혼슈 간사이 지방 나라현에서 회사원 아버지와 경찰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도쿄의 명문 사립대에 합격했지만 집안 형편 문제로 고베대에 들어갔다.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버는 한편 학교 록 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하고 오토바이로 전국을 도는 등 자유분방한 모습도 엿보인다. 그는 국회의원이 된 뒤에도 부모 간병을 위해 나라와 도쿄를 출퇴근했다. 지금은 도쿄 아카사카의 중의원 숙소에서 올 초 뇌경색으로 쓰러진 남편을 돌보고 있다.

잠시 후지TV 캐스터로 일했고, 마쓰시타정경숙에 들어가면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파나소닉 창업주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1979년 일본의 차세대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 설립한 교육기관으로, 제1야당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와 자민당 오노데라 이쓰노리 전 정무조사회장 등이 이곳 출신이다.

롤 모델은 대처 전 총리로, 의연한 행동 속에 보이는 온화한 인품에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도 가끔 대처 자서전을 읽으며 본인의 지침으로 삼는다. 좌우명은 ‘뜻이 고상하고 웅장하다’는 의미의 ‘숭고웅혼(崇高雄渾)’이다.

◆‘여자 아베’로 불리는 강경 우파

다카이치는 당내에서도 보수적 성향이라고 평가된다. 이번 선거 출마를 공식화하면서는 “‘재팬 이즈 백’(Japan is back·일본이 돌아왔다)이라고 한 번 더 크게 외쳐야 한다”며 “일본을 한 번 더 세계의 정상으로 만들겠다는 불타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구호로는 ‘일본 열도를 강하고 풍요롭게’를 내걸었다.

그의 이 같은 성향에는 미국·일본 간 무역 마찰이 최고조에 달했던 1987년 미국 민주당 소속 대일 강경파였던 패트리샤 슈로드 연방 하원의원 펠로로 일한 경험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에서 일본이 한국·중국과 혼동되거나 한묶음으로 취급되는 것을 보면서 “일본이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면, 이해도가 낮은 미국 여론에 의해 일본의 운명이 좌우되고 만다”는 국가관을 갖게 됐다.

1992년 첫 출마에 낙선한 뒤 1993년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당시 국회 입성 동기가 아베 신조 전 총리다. 자유당, 신진당 등을 거쳐 1996년 자민당에 입당했다. 현재 중의원 10선 의원이다. 2006년 오키나와·북방담당상으로 처음 입각했고, 2012년 출범한 제2차 아베 내각에서는 당4역 중 하나인 정무조사회장에 여성 최초로 취임했다. 2014년 총무상으로 임명돼 역대 최장 재임 기록(1438일)을 썼다. 2021년 출범한 기시다 후미오 내각에서는 당 정조회장을 다시 지냈고, 2022년 경제안보담당상을 맡았다.

지난 4일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당선된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재가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상상 장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2전3기… 아소파 중용

다카이치는 국가관과 정치 신조가 겹치는 아베 전 총리와 정치 행보를 같이 해와 ‘여자 아베’라고 불린다. 2021년 당 총재선거 첫 출마도 아베 전 총리의 강한 권유가 계기가 됐다. 기시다 총리에게 패했지만 ‘차기 총리감’으로 각인됐고 2022년 아베 전 총리가 피살된 뒤에는 당내 보수파의 대표 격으로 꼽히게 됐다.

지난해 두 번째로 출마한 총재선거에서는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고도 2차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게 밀려 고배를 들었다. 다카이치의 강경 우파색을 우려한 의원들 표가 결선투표에서 이시바 총리에게 쏠렸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번에는 1위로 결선에 올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을 꺾었다. 결선투표에서 의원 표(149표)도 고이즈미(145표)보다 더 많이 모아 ‘이변’이라는 말이 나왔다. 1차 당원·당우 투표에서 유일하게 세 자릿수 득표를 한 그를 의원들이 외면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아베의 맹우’이자 당내 유일 현존 파벌인 아소파를 이끄는 아소 다로 전 총리는 “결선에서는 당원 표를 많이 얻은 쪽에 투표하라”며 사실상 다카이치 지지 입장을 정해 ‘킹메이커’가 됐다.

다카이치 총재는 7일 당 지도부 인사를 통해 아소 전 총리를 부총재로, 아소 전 총리의 처남인 스즈키 슌이치 총무회장을 간사장으로, 보수색이 겹치는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을 정조회장으로 임명했다. 옛 아베파와 옛 모테기파 의원들도 중용했지만, 스가 요시히데·기시다 전 총리와 이시바 총리 측근들은 배제해 당내 세력을 물갈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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