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수입 철강에 대한 무관세 쿼터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쿼터 초과 물량에 부과하는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하기로 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의 대(對)EU 철강 수출 규모가 연간 6조원대에 달하는 만큼 직접적인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EU 집행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역내 철강산업 보호를 위한 규정안을 발표하고,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한 연간 무관세 할당량을 작년 기준 3053만t에서 1830만t으로 47% 줄이기로 했다. 쿼터를 초과한 물량에는 50%의 고율 관세가 적용된다. 이 조치는 유럽경제지역(EEA) 국가를 제외한 모든 제삼국에 적용되며, 국가별 쿼터는 개별 협상을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EU는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철강 과잉 생산을 지목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세계적 과잉 생산 능력이 유럽 산업의 경쟁력과 경제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EU는 지난해 731억유로 상당의 철강을 수입했으며, 이 중 중국산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EU 철강 수출은 44억8000만달러(약 6조3000억원)로, 단일 시장 기준 미국(43억5000만달러)과 1·2위를 다투는 수준이다. EU의 쿼터 축소 및 관세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수출 물량이 절반가량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이 이미 지난 3월부터 한국산 철강에 50% 관세를 적용하면서 올해 한국의 철강 수출은 전년 대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에 따르면 철강 수출은 5월 -12.4%, 6월 -8.2%, 7월 -3.0%, 8월 -15.4% 등으로 부진했다. 여기에 EU의 추가 조치가 더해지면 수출 여건이 한층 악화할 전망이다.
업계는 글로벌 공급 과잉, 건설 경기 부진 등으로 이미 어려운 상황에서 수출 제한이 겹치면 업황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피해 최소화를 위해 EU와의 협상에 나선다. 산업부는 이날 “EU가 국가별 물량 배분 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 대해서는 이를 고려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면서 “EU와의 양자 협의 등을 통해 우리 이익을 최대한 확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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