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주요 지역의 아파트값이 급등하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와 광명시로 몰리고 있다. 두 지역은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고 재건축·입주 물량이 풍부해 최근 거래와 청약 모두 뜨거운 열기를 보이고 있다.
9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분당구의 아파트 등 집합건물 매매 이전등기는 5월 792건에서 9월 1628건으로 2.06배 늘었다. 광명시는 같은 기간 347건에서 1091건으로 3.14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서울의 거래 건수가 2만871건(6월)에서 1만7912건(9월)으로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서울→분당·광명’으로 매수세가 옮겨간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최근 한 주(9월 29일 기준) 분당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0.97%, 광명시는 0.30% 올랐다. 이는 서울 동작구(0.30%), 영등포구(0.32%)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 수준이다.
분당에 집합건물을 매수한 서울 거주자는 5월 106명에서 9월 179명으로, 지방 거주자는 31명에서 69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분당 내 갈아타기 수요(418명→908명) 증가폭과 비슷한 수준이다.
분당에선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분당구 백현동의 판교알파리움2단지(2015년식·514세대)) 전용면적 126㎡(49평)은 27억 3000만원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분당구 정자동의 파크뷰(2004년식·1829세대) 전용면적 139㎡(53평)은 지난달 2일 29억 7000만원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분당의 한 공인중개사는 “6·27 대책 이후 서울 거래는 뚝 끊겼지만 분당은 아직 규제지역이 아니어서 실수요자와 외지인 모두 문의가 많다”며 “재건축 기대감도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명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울 거주자의 광명 매수 건수는 5월 84건에서 8월 251건으로, 지방 거주자는 21건에서 58건으로 각각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광명 내 갈아타기 매수자는 150명에서 397명으로 늘었다.
분당과 함께 주목받는 광명은 청약 시장도 과열 조짐이다. 최근 분양한 ‘철산역 자이’는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15억원을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1순위 평균 경쟁률이 38대1을 기록했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주택형은 전용 84㎡A로, 6가구 모집에 543명이 신청해 90.5대1을 나타냈다.
‘철산역 자이’의 평당 분양가는 4250만원으로, 올해 초 ‘광명 자이힐스테이트SK뷰’(평당 3500만원대)보다 약 3억원 비싸다. 그럼에도 수요가 몰린 이유는 7호선 철산역 인접 입지와, 서울 집값 상승세가 광명·분당·과천으로 번지며 15억원 수준의 분양가에 대한 거부감이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광명은 최근 대규모 입주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트리우스광명(3344가구), 올해 5월 철산자이더헤리티지(3804가구)가 입주를 마쳤고, 오는 11월 광명센트럴아이파크(1957가구), 12월 광명자이더샵포레나(3585가구)도 입주를 앞두고 있다.
내년 공급이 거의 없는 서울과 달리, 입주 물량이 풍부한 광명은 ‘갈아타기 수요’와 ‘서울 대체 수요’를 동시에 흡수하며 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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