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정신과 전문의로 일하던 40대 소영은 모친 실종으로 귀국한다. 1950년대 고속경제성장을 겪으며 부를 축적해온 95세 재벌가 노부인 숙례가 그녀의 모친이다. 상속을 기다리던 소영은 남겨진 개를 돌보기 위해 고용한 도그 워커 하민과 선물 같은 사랑에 빠진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숙례의 집에 새로 고용된 미정은 점차 숙례의 삶에 깊이 관여하게 된다. 단순한 고용관계를 넘어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둘은 서로에게 스며든다.

두산아트센터는 2024년 두산아트센터 아티스트로 선정한 극작가 강동훈의 신작 연극 ‘도그 워커의 사랑’을 10월 29일부터 11월 16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선보인다.
강동훈은 2023년 데뷔작 ‘그게 다예요’로 제60회 동아연극상 희곡상을 수상하며 “불우한 역사 속에서도 존엄하게 살아낸 사람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했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선 서로 다른 시간대에 놓인 인물들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맺는 관계를 통해 감정의 여운과 내면의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낮의 이야기’에서 소영은 하민과 사랑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오랫동안 외면해온 의식들과 마주한다. ‘밤의 이야기’에선 부의 거품이 만들어낸 권태와 불안, 허무의 실체를 조명한다. 돈으로 연결된 세계 속에서 감정이 어떻게 움트는지, 또 사랑을 통해 자립이 어떻게 가능해지는지를 조심스럽게 따라간다.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서, 허무와 무기력, 이유 없는 불안이 반복되는 시대 속에서 한 인간이 이러한 감정들을 어떻게 마주하고 감당해내는지 관조하듯 그려낸다.
연출은 혜화동 1번지 7기 동인 출신 송정안이 맡았으며 조영규·윤현길·박옥출·윤경·최정우 등이 출연한다. 강동훈은 “물질로도 정신으로도 채울 수 없는 빈자리를 그대로 들여다보는 작업이었다”고 말했으며, 연출 송정안은 “관계, 욕망, 사랑이 결국 무엇을 남기는지, 그 흔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하지만 결국엔 사랑을 통해 자립하는 인간상이 남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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