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내우외환 극복 대책 숙고하고
與野는 정치복원 방안 고민하기를
국회의원 ‘떡값 425만원’ 자격 있나

최장 열흘의 추석 연휴가 시작되면서 정치권도 한가위 정국에 돌입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여야 대치 국면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연휴 시작 직전 야권 인사인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국가공무원법·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면서 여야 갈등은 한층 더 격화하는 양상이다. 연휴 직후엔 이재명정부 첫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돼 검찰청 폐지, 사법부 독립,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국감 출석 등을 놓고 여야가 격돌할 전망이다.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와 같은 여야 대결에 국민의 한숨 소리만 커지니 안타깝다.
정치권은 이번 추석 차례상에서 오가는 민심을 겸허히 경청하고 향후 행보를 차분히 재점검해야 한다. 민심이 바라는 것은 민생 회복과 경제 도약이다. 민생 회복· 경제 도약을 위한 황금과 같은 시간을 정치권이 소모적 정쟁으로 허송세월하고 있어 유감이다.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모처럼 합의했으나 좌초 위기인 민생경제협의체를 연휴 직후 최우선으로 가동해 국민 불안과 불만을 완화하는 것이 정치권의 도리일 것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맞는 이번 명절을 통해 미국과의 관세 협상, 북한의 핵보유국 기정사실화 움직임 등 내우외환 속에서 국정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운영할지 숙고하기 바란다. 당장 이달 말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 계기에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에서 국익을 극대화할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의 가능성이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에서 북한 비핵화, 남북관계 개선, 한·미동맹 강화의 최적점을 찾는 고차 방정식도 풀어내기 바란다. 무엇보다 통합과 협치의 리더십을 발휘해 강경파가 장악한 여야와 정치 복원에 나설 방도를 강구해야 한다
6·3 대선 이후 내란 극복을 명분으로 앞세워 폭주해온 더불어민주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민심의 쓴소리를 들을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민주당은 도대체 민생과 경제는 안중에 없나. 시민과 함께 불법 계엄 사태를 저지한 한 축임은 분명하나 대선 승리 후 ‘선출된 권력론’에 도취해 점령군인 양 벌이고 있는 입법 전횡, 사법 겁박은 국민 마음을 점점 멀어지게 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여권 인사들도 정청래 대표와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을 ‘거친 사람들’이라고 지목하며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책임자로 거론하겠는가. ‘내란 척결’ 피로감에 민심의 거센 역풍이 불 수 있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국정의 건전한 견제 세력으로서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야 하는 제1야당의 책무에는 관심이 없이 소모적인 정쟁으로 날을 지새우고 있다. 장동혁 대표가 민생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했던 약속은 다 어디로 갔나.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아직도 ‘윤석열의 덫’에선 벗어나지 못하고, 보수 혁신도 희망이 없어 보인다. 극우 세력이 발호하는 당의 현실을 점검하면서 민생정당, 정책정당으로 거듭나는 쇄신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번 추석 연휴를 앞두고 국회의원들은 명절 휴가비 425만원을 일제히 받았다고 한다. 양심이 있다면 부끄러울 것이다. 구인·구직플랫폼인 사람인이 기업 95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올해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는 기업은 56.9%였다. 평균 지급액은 62만8000원이었다. 민생에는 관심 없고 정쟁에만 매달리는 여야 의원들은 이런 추석 떡값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되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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