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굽이 이어져 흐르는 낙동강 줄기를 따라가다 고운 모래가 넓게 펼쳐진 강가에 가만히 서 있어 보자. 운이 좋으면 배 마디에 노란색 줄무늬가 선명한 커다란 잠자리, 바로 ‘노란잔산잠자리’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잠자리는 애벌레 시기를 연못이나 습지에서 보낸다. 일부 종만이 산간 계곡이나 평지 하천에 서식하는데 그중에서도 노란잔산잠자리 애벌레는 하천 중하류 지역의 모랫바닥에 몸을 파묻고 살아간다.

노란잔산잠자리는 잔산잠자리과에 속하는 종이며 성충의 몸길이는 약 7㎝ 정도로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잠자리 중 대형 종에 속한다. 같은 과에 속하는 잔산잠자리, 만주잔산잠자리와 매우 비슷하게 생겼지만, 배 마디의 노란줄무늬 중 두 번째 옆 마디 고리의 중간 부분이 끊어져 있어 다른 종과 구분된다.
노란잔산잠자리는 1964년 북한산에서 발견되어 처음 보고된 뒤, 1987년 연천 지역에서도 서식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이후로는 오랫동안 추가 서식지가 밝혀지지 않아 2012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되었다. 또한 ‘국가생물적색목록’의 ‘취약(VU)’ 종으로 평가되고 있다.
2022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015년 낙동강 수계 조사에서는 7개 구간에서 확인되었던 노란잔산잠자리가 2020년에는 단 2개 구간에서만 관찰이 보고되었을 정도이다. 이는 댐 건설, 골재채취, 하천 정비 사업 등 인위적 영향으로 모래에 의존해 살아가는 노란잔산잠자리의 서식처가 급격히 사라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생태계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재자연화와 생태복원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낙동강의 더 많은 구간에서 다시 노란잔산잠자리를 흔히 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잠자리를 전공하는 한 사람으로서 모래와 함께 살아가는 이 작은 곤충이 더 빈번히, 더 건강하게 우리 주변에 머물 수 있기를 바란다. 노란잔산잠자리의 고군분투를 응원한다. 힘내라! ‘모래톱의 보석’ 노란잔산잠자리!
염진화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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