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6시간 이하면 치매위험 30% 높아
원인 질환 따라 치료…건강관리로 예방

‘치매 증상’이라고 하면 흔히 기억력 저하를 먼저 떠올린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이다. 하지만 수면 부족 등 수면패턴에 변화가 생기는 것도 치매 전조 증상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6시간 미만인 중장년층은 치매 발병 위험이 30%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수면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잠 잘 못 자면 치매 위험 높아진다
30일 경희의료원에 따르면, 치매란 단일 질환이 아닌 인지기능 저하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태를 의미한다.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를 보면 ‘수면 질 저하’와 ‘수면 장애’가 공통적으로 관찰된다.
수면 부족은 전반적인 뇌 대사 기능과 노폐물 처리 능력을 저하시켜 인지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뇌가 휴식하는 숙면 중에는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 등의 대사산물이 효과적으로 제거되는데, 수면이 부족하면 이 과정이 방해 받는다.
실제로 수면과 치매의 연관성을 입증한 연구가 여럿 있다. 2021년 영국에서 진행된 장기 추적 연구에 따르면, 하루 수면 시간이 6시간 이하인 사람은 7시간 이상 자는 사람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30% 높았다.

2017년 미국 워싱턴의대는 시끄러운 환경에서 숙면에 방해를 받은 날이면 알츠하이머치매를 일으키는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 수치가 약 10% 증가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낮잠을 하루에 1시간 이상 자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40% 높다는 미국 러시알츠하이머병센터의 연구 결과도 있다.
이진산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좋은 수면은 잠을 자는 동안 깨지 않고 깊은 수면에 들어가 뇌가 정상적으로 회복하는 것으로 숙면을 위한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조용하고 안락한 환경은 치매 예방의 필수”라고 강조했다.
치매 유발 요소 다양…원인별 치료 필요
치매는 크게 퇴행성 치매와 혈관성 치매로 나뉜다. 전체 환자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대표적인 퇴행성 치매다.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돼 발병하는 것으로, 기억장애와 함께 언어장애, 시공간기능장애, 성격 변화 등의 증상이 긴 시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난다.
반면, 혈관성 치매는 뇌경색, 뇌출혈 이후 급작스럽게 나타나는 뇌기능 장애다. 퇴행성 치매와 달리 기억력 저하, 성격 변화, 우울감, 보행장애 등의 증상이 비교적 급격히 악화되는 특징이 있다.

이 밖에도 정상압수두증, 우울증, 갑상선 저하증에 의해 발병하기도 한다. 전체 치매의 약 10%는 유발 원인을 치료하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기억력 저하가 의심된다면 신경심리 검사와 뇌영상 검사 등을 시행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정상압수두증에 의한 치매는 과도하게 생성된 뇌척수액을 배액해주면 증상이 나아질 수 있다. 또 대사활동 위축으로 정신활동이 느려지고 기억력이 감퇴하는 갑상선 저하증에 의한 인지장애는 갑상선 호르몬제 복용으로 개선이 가능하다.
이진산 교수는 “치매를 유발하는 원인 질환은 대략 70여가지에 이를 만큼 다양하다”며 “환자마다 증상이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특수한 신체적·심리적·환경적 상황을 포괄적으로 고려한 세심한 관찰이 치료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규칙적 운동·식습관·수면의 질 높여야
전문가들은 부모나 배우자의 기억력이 평소보다 떨어졌다고 섣불리 치매로 단정 짓기보다는 정확한 검사를 통해 원인을 파악할 것을 권고한다.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가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1주일에 3회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해야 한다. 운동은 뇌 혈류를 개선하고 뇌세포 활동을 촉진한다. 특히 유산소 운동은 단 한 차례만 실시해도 뇌 기능 개선에 이로운 혈중 뇌유래신경영양인자 수치를 높인다.
또 하루 7~9시간 충분히 수면하고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면 장애가 지속되면 뇌 크기가 줄어들고, 베타-아밀로이드가 축적돼 치매 위험이 커진다.
식습관 역시 중요하다. ▲통곡물 ▲채소와 과일 ▲견과류와 씨앗류 ▲올리브 오일 ▲생선과 흰 살코기 등으로 구성된 지중해식 식단은 뇌 신경 퇴화를 줄이고 뇌 노화 방지에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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