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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잡무 늘라”… 승진 꺼리는 ‘철밥통’ 교수들

입력 : 2025-09-29 18:30:23 수정 : 2025-09-29 21:41:35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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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점국립대 8곳 통계 보니

36.9%가 정교수 승진 ‘미신청’
서울대가 74.6%로 가장 많아
사립대선 5년간 한 명도 없어
‘서울대 10개 만들기’ 속도에
“예산만 주지 말고 경쟁 촉진”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정책의 핵심 축이 될 거점국립대에서 교수 3명 중 1명이 승진 대상자인데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대 경쟁력을 높이고 국정과제를 실현하려면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거점국립대 10곳(강원·경북·경상국립·부산·서울·전북·제주·충북대)에 최근 5년간 정·부교수 승진 대상자이지만 심사를 신청하지 않은 비율을 정보공개 청구한 결과, 승진 대상자 통계를 제공하지 않은 2곳(충남·전남대)을 제외한 8곳의 정교수 승진 미신청자 비율은 평균 36.9%에 달했다. 서울대는 2023년 74.6%로 최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서울대학교 전경. 서울대학교 제공

이들 대학 중 최근 5년간 정교수 승진을 신청하지 않은 부교수 평균 비율이 가장 큰 곳은 서울대(66.9%)였다. 그 뒤를 경북대(56%), 충북대(36.4%), 강원대(34%), 부산대(32.6%), 전북대(29.5%), 제주대(20.9%), 경상국립대(19.1%)가 뒤를 이었다.

 

국립대와 사립대의 상황은 확연히 달랐다. 서울 소재 4년제 종합 사립대 중 정보공개청구에 응답한 한국외대와 서울시립대에서 정·부교수 승진 대상자인데 신청하지 않은 부·조교수는 최근 5년간 단 한 명도 없었다. 나머지 대학들은 영업상 비밀 등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승진 기피 현상을 두고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월급 인상 폭에 비해 과중한 행정 업무 부담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한편, “일명 ‘철밥통’이라고 불릴 만큼 연구 성과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지위가 보장되는 국립대에서 서둘러 승진하려 하지 않는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이들 거점국립대에서 직업적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조교수의 부교수 승진 미신청 비율은 정교수 승진 미신청 비율과 비교하면 낮았다. 이들 대학에서 최근 5년간 부교수 승진을 신청하지 않은 평균 비율은 24.9%로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서울대 A 부교수는 “학과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정년 보장을 받지 않아도 재계약이 계속 이뤄지기 때문에 승진 압박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어렵사리 승진하더라도 당장 오르는 월급은 크지 않은데 행정과 관련한 부수적인 업무가 늘어나 급하게 승진 준비를 하지 않는 분위기가 없지 않아 있다”고 말했다.

 

서울 한 사립대 B 교수는 이러한 현상이 “국립대에서 경쟁이 사라진 탓”이라고 풀이했다.

 

국립대에서 근무했다가 자리를 옮긴 그는 “(사립대에선) 승진 심사를 미루려 하지 않는다. 불안해서 가능하면 조기 승진해야 한다”며 “모두가 교수가 된 이후 학생 때보다 더 죽어라 노력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예산 부어주는 선에서 그치면 안 되고 우수한 교원을 유치하고 교수들을 경쟁하게 해 공부를 열심히 하게 하는 것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육부는 대학별 전공별 승진 심사 기준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통계에 대해 쉽게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근속 기간 기준도 다르고 대학마다 자율성이 있는 만큼 이 수치가 크다, 작다 천편일률적으로 재단하고 이야기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16일 국무회의에서 수도권 중심 대학 서열화를 완화하고 국가 균형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으로서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국정과제로 확정됐다. 교육부는 이와 연계해 거점국립대 9곳을 ‘특성화 연구대학’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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