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방미위 설치법도 헌재 심판대
헌재 재판관 중도·진보 성향 우위 구도
“위헌 결정 나오긴 쉽지 않을 듯” 전망
박재억 수원지검장, 검찰청 폐지에
“대검이 권한쟁의심판 검토해달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 5개월여 만에 헌법재판소로 다시 시선이 모이고 있다. 검찰청 폐지법, 방송통신위원회 폐지법, 국회 증언감정법, 특별검사법 등 여권이 추진을 강행한 쟁점 법안을 두고 위헌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정쟁 끝에 국회를 통과한 법들이 헌재 심판대에 줄줄이 놓일 전망이다. 다만 현재 헌재 구성을 고려하면 위헌 결정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역대 법무부 장관·검찰총장 15명은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신설을 뼈대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26일 국회를 통과한 데 대해 “명백한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전날 밝혔다. 이들은 헌법 89조가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12조와 16조가 검사의 영장청구권에 대해 규정한 점을 들며 “이러한 규정은 헌법이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박재억 수원지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에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변경하는 정부조직법에 관해 각계각층에서 위헌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며 “대검찰청에서는 권한쟁의심판 등 헌법쟁송을 적극 검토해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내란 특검법도 윤 전 대통령 측이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헌재 심판대에 올랐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 측이 낸 ‘내란 특검법 2조 1항 등 위헌확인’ 헌법소원을 전원재판부 심리에 회부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법이 입법부가 행정부 고유 권한인 수사권에 직접 개입해 특정 정당을 배제한 채 특검을 임명하도록 했고, 수사 범위와 대상을 지정함으로써 권력분립의 원칙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는 입장이다. 법원에 별도로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헌재가 위헌 여부를 심리하는 동안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은 중단된다.
방통위 폐지를 담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도 헌법소원이 예고됐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국무회의에서 법안이 심의·의결되면 헌법소원, 가처분 등 할 수 있는 모든 법률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27일 말했다.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이 위원장은 자동 면직 처리된다.
국회 본회의에 전날 상정된 국회 증언감정법(증감법) 개정안을 두고도 야권을 중심으로 위헌 지적이 나온다. 증감법 개정안은 국회 국정조사 등에 출석한 증인이 위증했을 때 특별위원회 활동 종료 후 고발주체가 사라지더라도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은 “증감법 개정안은 특정인을 위한 특정인 처벌법으로, 너무나 명백하게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겨냥하는 법”이라며 “만약 법리로 이것이 허용되면 일시적인 정치적 다수가 언제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다수 독재의 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 기소가 정치 검찰의 위법행위라면서 검찰의 공소제기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을 시사했다. 다만 인용 가능성은 작다. 헌재는 지난해 10월15일 한 시민이 청구한 헌법소원에 대해 “법원에 공소가 제기된 이후 법원의 재판 절차에 흡수돼 그 적법성에 대한 충분한 사법적 심사를 받게 된다”며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졸속으로 추진된 법이라 하더라도 모두 다 위헌이라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헌법상 명시된 기관인 검찰청을 폐지하는 법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현재 중도·진보 우위 구도다. 중도 성향 재판관(김형두·정정미·김복형·오영준 재판관) 4인과 진보 성향 재판관 3인(김상환 소장, 정계선·마은혁 재판관), 보수 성향 재판관 2인(정형식·조한창 재판관)으로 구성돼 있다. 헌법소원심판에 인용 결정이 내려지려면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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