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3분기 들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고공행진했지만 개미(개인투자자)들은 역대 최대 규모인 17조원 이상을 팔아치우고 ‘국장’(국내 증시)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대미 투자 압박을 강화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넉 달 만에 1410원을 돌파했다. 미국 금리인하 기대 약화로 달러가 강세로 돌아선 가운데 통상 협상 불확실성이 추가 악재로 작용하자 원화가치는 달러 상승폭보다 더 크게 절하되며 맥을 못 추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국민은 은퇴 후 노후에 한 달 약 350만원의 생활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은 월 평균 230만원으로 조사됐다. 노후 생활비의 대부분은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 연금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미들, 코스피 고공행진에도 3분기 17조 팔았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들어 이달 26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7조658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는 거래소가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98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직전 3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는 2012년 9조2930억원으로 아직 거래일이 이틀 더 남았지만 8조원 넘는 차이가 좁혀지긴 어려워 보인다.
월별로 보면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지난 7월 7조7300억원을 순매도한 뒤, 8월 2160억원으로 매도 규모를 대폭 줄였으나 9월은 다시 9조7110억원으로 전월의 45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9월 순매도액 역시 월별 기준 역대 최대 기록(지난해 2월 8조41230억원)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해외주식은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직전 집계일인 24일 기준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보관액은 2192억2500만달러(309조1730억원)로 2분기 말 1844억5400만달러(260조1355억원) 대비 347억7100만달러(49조375억원) 늘었다.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늘어난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만 13억4300만달러(약 1조8977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국장 탈출은 최근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불확실성이 증가한 것과 더불어 코스피가 이미 고점이라는 인식에 차익실현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 원·달러 환율 약세와 미국 및 중국 증시 상승분 등을 고려하면 해외주식 투자액 실질 상승액은 다소 줄어든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재 관세가 어떻게 될지 모르고 미국의 경제 양극화가 심화하는 한편 반이민 정책 등에 의해 고용 상황도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며 금리인하를 두고 미 연준 내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불확실성이 국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니 개미들이 차익실현 뒤 일부는 미장에, 일부는 관망세에 들어간 거지 미장으로 몰려갔다가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투자 압박·강달러에 치솟는 환율 ‘비상’
이날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지난 26일 원·달러 매매기준율(시장평균환율)은 1400.40원으로 지난 5월15일(1415.80원) 이후 넉 달 만에 처음으로 1400원대를 돌파했다. 같은 날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는 1412.4원으로 지난 5월14일(1420.2원)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고, 이후 야간장에서 소폭 하락하며 전날 오전 2시 종가 기준 1409.70원에 마감했다.
환율 상승의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달러 강세가 있다. 미 상무부는 25일(현지시간)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전기 대비 연율)을 지난달 발표한 잠정치(3.3%)에서 상향해 3.8%라고 발표했다. 최근 미 노동부가 집계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고용 불안도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미국 경제가 호조를 나타내자 금리인하 기대가 약화하며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달 들어 97선에서 거래되다가 98선까지 올라섰다.
문제는 달러인덱스가 소폭 상승하는 동안 원화가치는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점이다. 이달 들어 달러인덱스는 0.43% 상승한 반면 원·달러 환율(주간 거래 종가 기준)은 1.6%나 올랐다.
2023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달러인덱스와 원·달러 환율 상승률을 비교해 보면 달러인덱스는 약 1년9개월 동안 2.45% 떨어졌는데, 원·달러 환율은 같은 기간 9.66%나 올랐다. 통상 약달러 상황에선 환율이 하락(원화 강세)해야 하는데 원화가 약세에 머물며 외환시장의 괴리가 커진 것이다.
원화는 최근 ‘서학개미’로 불리는 미국 주식 투자자들의 등장으로 달러 수요가 늘면서 달러 가치에 비해 약세를 나타내 왔다. 여기에 한·미 관세협상과 이후 후속 협상에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원화가치를 계속해서 끌어내리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한국과 일본을 언급하며 대미 투자 3500억달러는 ‘선불(Up front)’이라고 강조하고 나서자 외환시장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시장은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상에 주목하고 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통화스와프 체결 직후 환율이 단기간 약 70~200원 정도 급락한 사례가 있다”면서 “스와프 체결 그 자체만으로도 공시 효과로 인해 환율은 즉시 하향 안정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 요구대로 3500억달러를 전부 현금으로 투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더라도 전액 현금을 보내는 방식이 된다면 환율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통화스와프가 체결된다고 해서 한국의 대규모 대미 투자라는 본질적인 달러 유출 부담을 없애는 것은 아니다”라며 “환율을 근본적으로 안정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위기 때인 2008년 당시에도 300억달러의 스와프가 있었지만 당시 달러인덱스가 상승하면서 환율 진정 효과를 크게 보지 못했고, 2020년 600억달러 규모로 이뤄진 통화스와프는 달러인덱스가 횡보세를 보이면서 그 효과가 한 달 넘게 지속됐다. 이민혁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대내외 여건에 따라 효과가 일시에 그칠 수도, 또는 오랜 기간 지속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말했다.
◆“노후 걱정 생활비 월 350만원 조달 230만원뿐…120만원 부족”
한편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이날 공개한 ‘2025 KB골든라이프 보고서’에 따르면 노후 기본적 의식주 해결만을 고려한 최소 생활비는 평균 월 248만원, 여행·여가 활동·손자녀 용돈 등에도 지출할 수 있는 적정 생활비는 월 350만원으로 집계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같은 조사 대비 각 3만원, 19만원 줄었다.
하지만 응답자들은 현재 가구 소득과 지출, 저축 여력 등을 고려할 때 조달할 수 있는 노후 생활비가 평균 월 230만원뿐이라고 답했다. 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최소 생활비(248만원)에도 못 미칠 뿐 아니라, 적정 생활비(350만원)의 65.7% 수준에 불과하다. 제대로 노후를 즐기며 살기에는 120만원이나 부족한 셈이다.
노후 생활비 조달 방법(복수 응답)으로는 국민연금(88.6%), 금융소득(50.2%), 근로소득(47.5%), 개인연금(47.8%), 퇴직연금(42.2%) 순으로 답했다. 노후생활비 조달가능금액 중 60% 이상을 ‘연금’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은퇴하지 않은 2401명이 원하는 퇴직 연령은 평균 65세였다. 그러나 이미 은퇴한 503명의 실제 퇴직 나이는 희망보다 9년이나 이른 평균 56세였다. 경제적으로 노후 준비를 시작하는 평균 나이는 48세로 조사됐다.
보유한 집을 담보로 매월 노후 생활자금을 받는 주택연금제도를 활용할 의향이 있거나 이미 받는 응답자는 전체의 33.3%를 차지했다. 하지만 ‘활용 의사가 없다’(33.0%), ‘생각해 본 적도 없다’(33.6%)는 답도 각 3분의 1에 이르렀다. ‘주택 다운사이징’을 통한 노후자금 준비는 응답자의 59.7%가 활용 의향이 있다고 밝혔으며, 시기는 70대(48.1%)가 가장 많았다.
해당 보고서는 올해 5월30일부터 6월18일까지 전국 25∼74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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