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특별검사팀(특검 조은석)이 추가기소한 사건의 재판에 모습을 드러냈다. 7월3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공판에 나온 후 85일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백대현)는 26일 오전 10시15분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을 받는 윤 전 대통령의 첫 공판을 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35분쯤 서울구치소를 출발해 오전 9시40분쯤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 도착해 법원 내 구치감에서 대기하다 법정에 출석했다.

윤 전 대통령은 남색 정장에 넥타이는 매지 않은 차림으로 나왔다. 머리카락은 하얗게 센 상태 이전보다 정돈되지 않았고 살도 빠진 모습이었다. 자켓 왼쪽 가슴에는 수인번호 ‘3617’이 적힌 명찰을 찼다. 구치소에서 법원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는 수갑과 포승줄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법정에 들어설 때는 모두 푼 상태였다.
재판부가 당사자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재판장이 이름을 묻자 작은 목소리로 “윤석열입니다”라고 답했고 생년월일을 붇자 “1960년 12월8일”이라고 말했다. 국민참여재판은 희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부가 12·3 비상계엄 선포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폐기해 은폐하려 했다는 혐의에 대해 묻는 과정에서 직접 답을 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은 당시 강의구 전 대통령 부속실장이 작성한 문서를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이미 폐기를 지시해서 국법상 문서의 성격을 잃어버렸기에 문서를 파쇄한 행위가 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가 “한 전 총리 지시만으로 국법상 문서의 성격이 없어진다는 근거가 뭔가” 묻자 윤 전 대통령은 직접 “‘국방부 담당자가 작성해서 장관에게 올려야지 (강의구) 부속실장이 왜 하느냐’고 제가 나무랐고 갖고만 있겠다 했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저한테 물어보지 않아도 당연히 할 거라고 생각해서 그러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날 재판 과정은 중계와 촬영이 허용돼 언론사에서 공판 시작 전 1분 동안 촬영이 이뤄졌다. 재판 과정도 재판이 끝나고 개인정보 비식별화 과정 등을 거쳐 인터넷에 영상이 공개될 예정이다. 선고가 아닌 하급심 재판 진행 과정이 중계되는 건 이번이 첫 사례다. 앞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선고가 생중계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국무위원 9명의 계엄 심의·의결권을 침해한 혐의, 계엄선포문을 사후 작성·폐기한 혐의 등을 받는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후 건강상 이유 등으로 재판에 11차례 연속 불출석했다. 이날 법정은 방청석 150석이 거의 찰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