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고환극구흡충’ 감염 확인…패류 등 익혀 먹어야
국내에서 10년 만에 희귀 기생충 감염 사례가 나왔다. 기생충 감염 건수 자체는 줄어들고 있지만 희귀 감염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6일 한국건강관리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경기도 평택에서 한 60대 여성이 소화불량·변비·설사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동네 내과를 방문했다. 혈액과 대변 검사 수치는 정상이었다. 그런데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하니 회장·맹장·상행결장 점막에서 기생충 성충 네 마리가 발견됐다.
건협 메디체크연구소에서 기생충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이전고환극구흡충’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선 거의 발견되지 않는 종으로 2014년 이후 10년 만에 보고된 희귀 흡충이다. 흡충은 대부분 소장에서 발견되는데, 이전고환극구흡충은 소장 말단과 대장에서 발견됐다.
이전고환극구흡충의 중간 숙주는 패류나 미꾸라지 등으로, 감염된 중간 숙주를 익히지 않고 섭취하면 사람도 감염될 수 있다. 해당 여성은 다슬기·미꾸라지 등을 파는 노점 상인으로, 제대로 익히지 않은 다슬기를 먹었다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기생충 감염병 신고는 2014년 3296건에서 지난해 551건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상하수도 시설 개선, 개인위생 습관 개선, 민물고기 생식 감소 등의 요인 덕분이다. 그러나 해외여행 증가, 외식 문화 변화, 반려동물 증가 등의 영향으로 희귀 감염 사례는 여전히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전고환극구흡충 감염 사례 외에도 주혈흡충이나 폐흡충 등의 감염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엔 20~30대로 추정되는 유튜버가 아프리카의 말라위 호수를 촬영한 뒤 귀국했는데, 소변에서 피가 나왔고 복통·고열에 시달렸다. 병원에서 검사를 해도 원인을 찾지 못하다가 지난 1월 건협에서 기생충 감염 사실을 밝혔다. 이 환자는 프라지칸텔이라는 약을 먹고 완치했다.
지난해 4월엔 14세 여학생이 호흡곤란과 함께 기침·피가 섞인 가래가 발생해 부산대 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다. 특별한 질환은 없었는데, 다만 가끔 가족과 민물 게를 먹었고 응급실에 오기 3개월 전 마지막으로 민물 게를 먹었다고 한다. 흉부 엑스레이 검사 결과 폐 흉막에 다량의 삼출액을 발견하고 삼출액을 즉시 빼냈다. 추가 검사 결과 기관지 폐포에서 폐흡충 알이 검출돼 폐흡충증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구충제를 경구 투여해 증상이 완화됐지만 여전히 폐가 쭈그러드는 ‘무기폐’ 상태가 지속돼 흉막 박피술을 진행했다.
폐흡충증은 우리나라에서 1960년대까지 비교적 흔한 질환이었지만 현재는 거의 보고되지 않는다. 민물 게를 이용한 음식 섭취에 의해 산발적으로 발생한다. 사람의 폐에 주로 자리를 잡고, 1.5~2.5cm 크기의 주머니를 형성해 그 안에 알을 낳는다. 마른 기침,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구충제 프라지콴텔을 쓰면 대부분 제거된다.
건협 관계자는 “야생 나물 채취나 텃밭 일 등을 하다가 흙에 서식하는 기생충 알에 노출되는 경우가 있다”며 “다슬기 등 패류나 은어 같은 민물고기를 회로 먹거나 설익혀 먹는 것도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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