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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경비구역 JSA’ 속 소피의 나라, 스위스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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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26 07:06:18 수정 : 2025-09-26 07:06:17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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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가 각계에서 활발한 재조명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2000년 9월 개봉 후 25주년을 맞은 것의 영향이 커 보인다. 여기에 공영방송 KBS가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박태식)와 손잡고 선보인 기획 ‘우리 시대의 영화’ 시리즈도 한몫했다. 이 연속 보도물은 명작으로 불릴 만한 한국 영화 50편을 엄선해 소개하는 중인데, ‘공동경비구역 JSA’는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2002)에 이어 2위로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지난 23일에는 주연을 맡은 배우 신하균, 이병헌, 송강호가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활짝 웃는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돼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배우 이영애(오른쪽)와 이병헌이 출연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의 한 장면. 이영애는 중립국 스위스를 대표해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NNSC)에 파견된 법무장교 ‘소피 장 소령’을 연기했다. SNS 캡처

‘공동경비구역 JSA’가 극장가에 내걸린 2000년은 김대중(DJ)정부의 햇볕정책이 절정에 달한 시기였다. 그해 6월 DJ는 남한 지도자로는 6·25 전쟁 이후 처음 북한 평양을 방문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북 정상회담을 가졌다. 여기에서 나온 6·15 남북 공동 선언은 분단 후 55년, 그리고 정전(停戰) 후 47년 만에 남북이 다시 하나가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비록 둘로 갈라져 참혹한 전쟁을 치르고 아직까지도 군사적으로 대치 중이나 ‘피는 못 속인다’라는 옛말처럼 남북은 결국 한민족이라는 것이 ‘공동경비구역 JSA’의 러닝타임 110분을 관통하는 주제라고 하겠다.

 

판문점을 배경으로 남북한 군인들 간의 우정과 비극적 결별을 그린 영화인 만큼 순전히 ‘남자들 이야기’일 것 같지만 의외로 여성 캐릭터도 있다. 바로 배우 이영애가 연기한 법무장교 소피 장 소령이다. 어느날 판문점 비무장지대(DMZ)에서 벌어진 의문의 총격 사건, 그리고 남한 군인이 쏜 총에 맞아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군인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소피의 시선을 통해 처음 관객 앞에 소개되고 차츰 윤곽이 드러나다가 결말로 치닫는다. 이는 소피가 남북한 사이에서 완전히 중립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소피를 한국계 스위스인이자 중립국 스위스를 대표해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NNSC)에 파견된 냉철한 성격의 장교로 설정한 까닭이 거기에 있을 것이다.

 

지난 23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방문한 토마스 쥐슬리 스위스군 총사령관(오른쪽)이 기념관 운영 주체인 전쟁기념사업회 백승주 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쟁기념사업회 제공

이영애가 연기한 소피 덕분에 한국인 사이에 NNSC의 임무와 스위스의 역할이 널리 알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침 지난 23일 토마스 쥐슬리 스위스군 총사령관(육군 중장)이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방문했다. 기념관 운영 주체인 전쟁기념사업회 백승주 회장이 “스위스는 NNSC에 참여해 한반도 안보와 정전협정의 실효적 이행을 도운 중요한 파트너”라고 고마움을 표시하자 쥐슬리 장군은 새삼 “스위스는 중립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전 세계 평화와 안보 증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국제사회에서조차 “너는 누구 편이냐”며 줄서기를 강요하는 시대에 꿋꿋이 중립을 지키는 스위스의 자세는 조선 시대의 ‘딸깍발이’ 선비를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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