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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인상 핑계대고, 원가 부풀려 세금 탈루…국세청, 식품·외식프랜차이즈 55곳 세무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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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25 14:06:15 수정 : 2025-09-25 14:06:14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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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식품 업체 A사는 최근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상품 가격을 올렸다. 하지만 원가 상승은 핑계일 뿐 변칙적인 수법을 동원해 각종 비용을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A사는 사주 일가가 설립한 원재료 제조업체로부터 원재료를 고가에 매입하면서 재료비를 과다하게 신고했다. 또 인력공급 업체 B사로부터 제조 및 판매 인력을 공급받으며 과도하게 대가를 지급하는 한편 A사 임원과 가족을 B사 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인건비를 수취, 과다하게 지급한 용역비를 회수했다. A사는 또 사주 일가 소유의 토지를 분할·정리하는데 소요된 개발비용도 대신 부담했다. 국세청은 원가를 과다 신고해 소득을 축소하고, 업무와 무관한 사주 일가 비용을 회사가 대신 부담한 A사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 민주원 조사국장이 25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 기자실에서 원자재 인상을 이유로 가격을 올려놓고 뒤로는 비용을 부풀려 세금을 탈루한 가공식품 제조·판매 업체,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경조사업체 등 55개 업체를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원재료를 거짓으로 매입하거나 거래가 없는 데도 거짓 계산서 수취를 통해 매입액을 부풀리는 등 약 8000억원대 규모의 세금을 탈루한 생활 물가 관련 탈세업체들이 세정 당국에 대거 적발됐다. 최근 먹거리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이들이 원가 상승을 핑계로 가격을 과도하게 올리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세청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가공식품·농축수산물·외식 등 먹거리 관련 업체와 예식·장례업체에 대한 원가 신고내용 및 유통과정을 정밀 분석한 결과, 55개 업체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은 △가공식품 제조·판매 업체 12개△농축수산물 납품·유통 업체 12개△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14개△예식·장례 등 경조사 업체 17개다.

 

국세청에 따르면 A사 등 12개 가공식품 제조·판매 업체들은 사주 일가가 설립한 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원재료를 고가 매입하는 등 재료비를 부풀렸고, 사주 일가에게는 직책에 맞지 않게 고액의 급여를 지급해 인건비를 부풀렸다. 또 사주 일가의 고가 아파트 구입, 부동산개발, 자택의 설계·인테리어 관련 비용까지 회사가 대신 부담한 사례도 적발됐다. 12개 업체 중 8곳은 가격을 10% 이상 올렸는데, 이 중 한 곳은 30% 가까이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1000개 안팎의 가맹점을 보유한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식자재 매입가를 부풀리거나 가맹비 매출을 신고 누락했다. 커피·음료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C사의 경우 상품 가격을 두 자릿수로 올렸는데, 특수관계법인인 원재료 공급업체로부터 원재료를 고가에 매입하고,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상품을 가맹점에 공급했다. 또 개업하는 가맹점으로부터 가맹비와 교육비를 받으면서 매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는 수법으로 매출을 누락하기도 했다.

 

원재료 고가 매입 등 원가 과다 신고하고, 부동산개발비 회사가 대신 부담한 가공식품 업체

농산물을 대형마트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한 유통업체의 경우 실제 거래하지 않은 농산물을 매입한 것처럼 꾸며 거짓으로 매입액을 과다하게 신고했고, 소비자가 현금 결제하거나 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로 입금하는 매출에 대해 신고를 누락했다.

 

예식·장례 등 경조사 업체의 탈세 정황도 다수 적발됐다. 웨딩홀과 뷔페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D 예식장은 웨당 업종과 무관한 업체로부터 웨딩 관련 용역을 제공받은 것처럼 꾸며 거짓으로 비용을 신고했다. 또 예식비 등을 예식 당일 축의금으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은 점을 악용, 예식비를 현금으로 지불하게 하면서 수입금액을 신고 누락했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를 통해 원가 부풀리기 등으로 소득을 축소하고 불투명한 유통과정을 통해 세금을 탈루하면서도 과도하게 가격을 인상하는 생활물가 밀접 업종 탈세자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은 “법인자금 유출, 가공인건비 지급 등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사주 일가에 대해서는 재산 취득 전반에 대해 자금출처를 살펴보고, 조사대상 업체의 원가를 부풀리도록 도와준 거래처에 대해서도 엄정 조사하겠다”면서 “무자료 거래,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차명계좌 사용 등 세법질서를 훼손하는 불법적인 거래 행태에 대해서는 일시 보관, 금융추적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조사를 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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