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 진동 수·변형 여부 등 확인
신종관 건립·실내 전시 추진 계획
24일 오후 7시 신라 1000년의 울림을 간직한 국보 제29호 성덕대왕신종이 22년 만에 다시 울렸다.

‘에밀레종’이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진 성덕대왕신종은 2003년 개천절 타음 조사를 마지막으로 공개 타종을 중단했었다. 이날 타음 현장에는 추첨을 통해 선정된 771명의 시민도 참석해 성덕대왕신종의 울림을 함께 들었다. ‘771’은 성덕대왕신종이 완성된 해다.
성덕대왕신종은 신라시대 청동 범종(높이 3.66m, 무게 18.9t)으로 웅장한 규모뿐만 아니라 다채롭고 아름다운 문양, 장엄한 종소리로 유명한 대표 문화유산 중 하나이다. 1992년까지는 제야의 종으로 꾸준히 타종했으나, 균열이 우려돼 1993년부터 일상적인 타종을 중단했다. 지금은 종의 보존상태 점검과 종소리 녹음 등의 특정 목적을 위한 비정기적인 타종만 이뤄지고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이번 타음 조사에서 종을 실제로 두드려 고유 진동수와 맥놀이 현상을 확인했다. 이 조사는 종의 균열이나 변형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로 꼽힌다.
현재 박물관 야외 종각에 전시된 성덕대왕신종은 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물 보존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 경주박물관에서 2023년 발간한 ‘성덕대왕신종 타음 조사 학술조사연구자료집’에 따르면 성덕대왕신종은 걸쇠와 용뉴(종 꼭대기 장식)가 구조적으로 약하고, 태풍·지진·화재 등의 천재지변에도 취약하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이에 따라 경주박물관은 신종관 건립을 통해 성덕대왕신종을 실내에서 전시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평상시에는 종을 종걸이에 매달지 않고 바닥에 내려놓아 용뉴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22년 만에 성덕대왕신종의 아름다운 종소리를 국민과 함께 들을 수 있어서 기쁘다”며 “노출 전시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위험 요소를 예방하고, 성덕대왕신종의 보존과 관람 환경 개선을 위해서 신종관 건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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