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퍼 뛰면서 車 주행거리 단축
산불피해목 가공 ‘씨드볼’ 재탄생
폐타이어 활용 안전화 등도 눈길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박람회장을 찾은 방문객들의 발길이 한 부스 앞에서 잠시 멈췄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운영한 부스를 찾은 이들은 탄소중립포인트 체험에 나섰다. 줄을 서서 퀴즈를 풀고, 자동차 주행거리를 줄이는 차원에서 스테퍼 위에서 뜀박질도 했다.

바로 건너 ‘틔움세상’ 부스에선 방문객들이 흙 위에 알알이 심어진 ‘씨드볼’을 보기 위해 모였다. 씨앗이 안정적으로 싹을 틔울 수 있게 만든 씨드볼은 씨앗볼과 배합토를 섞은 공 모양 제품이다. 틔움세상은 한국수목원 정원관리원과 협약을 맺어 산불 복원 사업에도 참여 중이다. 정원관리원과 틔움세상이 산불 피해목을 가공해 제품을 판매한다. 수익금을 토대로 수목원 방문객들에게 씨드볼 제조 체험을 선물하고, 이를 드론으로 뿌려 숲을 복원하는 게 목표다.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친환경대전은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개최하는 국내 최대 녹색산업 박람회다. 올해 총 236개 기업∙기관이 참여해 439개 부스가 문을 열었다. 기업 관계자 외에도 친환경 생활 제품 소비자도 현장을 찾았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직접 운영하는 그린카드∙탄소중립포인트 부스는 이날 가장 성황한 곳 중 하나다. 그린카드는 대중교통 이용, 친환경 제품 구매 등 친환경 소비를 통해 에코머니 포인트를 적립, 사용하는 카드 상품이다. 에너지 절약 등을 통해 혜택을 받는 탄소중립포인트 정책도 이용객이 상당히 늘었다. 이날 부스를 찾은 이들은 그린카드로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나 혜택을 확인하고, 자동차 주행거리를 줄인다는 의미에서 스테퍼를 밟고 선물을 받아갔다. 부스 운영을 맡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이용준 탄소중립실천지원실장은 “2011년부터 시작한 그린카드는 현재 2400만장 정도 발급됐다. 탄소중립포인트도 400만명 정도 가입한 상태”라고설명했다.

재사용 비누, 의류 등을 찾는 일반 방문객도 많았다. 다회용 제품을 취급하는 ‘알맹상점’은 방문객들에게 플라스틱 등을 한 차례 가공해야 하는 재활용 대신 용기를 온전히 다시 쓰는 재사용의 중요성을 알렸다. 알맹상점 측은 “재사용 용기를 들고 와주시는 분들은 10% 정도”라며 “100g인 플라스틱 용기를 다시 쓰면 탄소 18g 저감 효과가 있다. 찾아오시는 분들께 재사용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설명해 드리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일반 방문객인 정아민씨는 “전공이 환경이기도 하지만, 평소에도 최대한 제로 웨이스트(쓰레기 발생을 최대한 줄이려는 소비 방식)를 실천하려 한다. 비건 음식 부스가 인상 깊었다. ‘배달의민족’ 부스에서 배달 쿠폰을 준다길래 그곳도 다녀왔다”고 웃으며 “학교에서 연구 중인 분야 기업을 찾아 궁금한 것도 묻고 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농업을 준비 중이라 밝힌 박지희씨는 “평소에 친환경 제품에 관심이 있기도 했고, 향후 사업 때 포장재, 완충재 쪽을 알아보고 싶었다”며 “종이 완충제 부스가 기억난다. 평소엔 종이 형태인데 설비를 거쳐 완충제 모양으로 바뀌더라. 공간도 적게 차지하고, 친환경 제품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갔다”고 전했다.

정씨가 다녀왔다고 밝힌 배달의민족 부스를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김정은 그린경영팀 팀장은 “배달 플랫폼 기업으로 할 수 있는 친환경 사업을 고민했다. 친환경 스타트업과 함께 다회용기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고객이 다회용기 이용을 선택하면 스테인리스 용기로 받고, 식사 후 그대로 뚜껑을 닫아 반납하면 회수하는 방식”이라며 “현재 서울시 20개 구에서 지원을 받으며 운영 중이고, 내년엔 25개 구에서 모두 운영한다. 친환경 전기 이륜차 생태계 구축도 경기도 광명시와 손 잡고 실험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발∙의류를 제작하는 아나키아는 이번 부스에서 야심 차게 업사이클링 안전화를 선보였다. 폐가죽, 폐타이어를 활용한 폴리카본으로 기존 안전화의 강철 PVC 토캡(toe-cap)을 대체했다. 기존 업사이클링 제품보다 성능도 대폭 개선했다. 아나키아 측은 “해외에서도 아직 사례를 찾기 힘들다”며 “미국 기준까지 충족해 향후 수출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25일엔 동반 행사로 ‘환경·사회·투명 경영 토론회(ESG 포럼)’가 열린다. 친환경 경영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글로벌 환경 규제에 대한 우리 기업의 대응 방향’을 주제로 해결책을 논의한다. 또 ‘대·중·소 녹색협력 발표회’에선 대기업과 새싹기업 간 개방형 혁신전략 성공 사례 등을 공유해 녹색 분야 기업 간 새로운 협력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다. 이번 박람회는 26일까지 열린다.

금한승 환경부 차관은 “이번 친환경대전은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경제적 가치가 되는 탈탄소 녹색문명의 가치를 국민, 기업, 정부가 함께 공유하는 소중한 자리”라며 “앞으로도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해결의 핵심인 녹색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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