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신속심리에 사실상 대선 개입 결론
野 반발에 “부끄러운 줄 알아라” 맞불
우원식 국회의장도 “결자해지” 압박
입법부를 대표하는 국회의장과 여당 대표 등이 삼권분립 한 축인 사법부를 겨눠 연일 날을 세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삼권 서열론’으로 논쟁의 불씨를 지핀 뒤 조희대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해 온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대통령도 갈아치우는 마당에 대법원장이 뭐라고”라며 공세 수위를 끌어 올렸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게 “결자해지”를 촉구하며 사법부 압박에 가세했다.

정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당 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을 국회 청문회장에 부르는 것은 “삼권분립 사망”이라는 국민의힘을 향해 “우리 국민들은 헌법 유린, 삼권분립 훼손, 부정 비리, 국정농단, 내란 사태 등 불의한 대통령들을 다 쫓아냈다”며 “대법원장이 뭐라고 이렇게 호들갑이냐”고 말했다. 그는 파면된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과 군사독재를 했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이 보수 진영 출신인 점을 상기시키며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얻다 대고 삼권분립 사망 운운하냐”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지난 대선 직전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상고심을 조 대법원장이 신속 심리한 것은 ‘대선 개입’이라고 사실상 결론을 내린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정 대표는 조 대법원장을 겨눠 “진짜 삼권분립을 망가뜨린 사람”이라며 “조희대 청문회는 누구나 다 의심하듯 대선을 코앞에 두고 대선후보를 바꿔치기할 수 있다는 오만과 자만이 부른 자업자득”이라고 주장했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법사위원들이 당 지도부와의 조율 없이 청문회 일정을 잡았다는 ‘엇박자’ 논란엔 “이간질이자 갈라치기”라고 선을 그었다. 정 대표는 자신이 법사위원장이던 지난 5월 같은 사안으로 청문회가 열렸던 점을 거론하며 “당시 조희대 등 주요 증인들이 불출석했기 때문에 다시 ‘조희대 청문회’를 여는 것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고 했다. 그러고선 “추 위원장을 비롯한 법사위원들은 열심히 해주기 바란다”고 힘을 실었다.

비슷한 시각 국회의장 집무실에선 국가 의전서열 2위인 우 의장이 천 처장을 만나 “유감스럽게도 정의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의 역할에 대한 국민 불신이 높다”며 “사법부가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했다. 우 의장은 “사법부의 헌정수호 의지에 대해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뼈 있는 발언도 덧붙였다. 이에 천 처장은 “사법권의 온전하고 합리적인 행사를 통해 국민의 기본권 행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사법부가 노력해야 한단 말씀으로 이해하겠다”고 답했다.
우 의장의 “결자해지” 발언에 일각에선 조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를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 국회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 청문회, 내란전담재판부 등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우 의장은 내란 재판 등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을 해소하고 국민적 신뢰를 높이기 위한 진정성 있는 조치를 법원 측에 요청했다”며 “법원 측은 공감을 표했고 내부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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