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트럼프 “임신 중 타이레놀 자폐 위험”… 과학적 근거 있나 [뉴스 투데이]

입력 : 2025-09-23 18:54:24 수정 : 2025-09-23 21:44:25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연관관계 발표 강행

“임신 중에 복용 제한 강력히 권고할 것”
잠재적 자폐 치료제로 ‘류코보린’ 언급
FDA “인과관계 몰라… 논쟁 분야” 강조

의학계 “고열에도 약 꺼리면 유산 위험”
정치적 목적 위해 공중보건 위협 지적
식약처 “전문가 의견 반영 안전성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학계의 우려에도 세계적인 해열·진통제인 타이레놀과 자폐증 발병의 연관관계에 대한 발표를 강행했다. 의학계는 타이레놀의 위험성이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는 입장으로,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성급한 발표에 나서 공중보건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AFP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케네디 주니어 장관과 함께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아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식품의약국(FDA)이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을 제한할 것을 강력히 권고할 것”이라며 “참을 수 없고 견딜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복용해야 하겠지만, 조금만 복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특정 항암제 부작용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인 ‘류코보린’을 잠재적 자폐증 치료제로 언급하기도 했다.

 

타이레놀은 ‘아세트아미노펜’이라는 단일성분으로 구성된 해열진통제로 이부프로펜, 아스피린 등 여타 해열제와 달리 신장이나 간 등에 부담을 주지 않고 부작용이 덜해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활용되는 해열진통제다.

 

의학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우려를 표했다. 미 산부인과학회(ACOG)는 성명을 내고 “아세트아미노펜은 임신 중 통증 완화에 여전히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선택지”라고 밝혔다. 타이레놀 제조사 켄뷰는 타이레놀의 안전성을 강조하며 과학적으로 자폐증과 뚜렷한 연관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CNN방송은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은 현재 임신 중 어느 때나 복용할 수 있는 유일한 해열진통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의학계에서는 이번 발표로 인해 임신부가 고열이 계속됨에도 타이레놀 복용을 꺼리거나 대체 의료품을 사용할 경우 유산이나 태아의 선천적 기형 등 더 큰 위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평했다.

FDA는 이날 마틴 마카리 국장 명의의 공지문에서 “명확히 하자면 최근 몇 년간 임신부의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자녀의 자폐증 및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같은 신경학적 질환 발병 위험 증가 사이의 연관성은 다수 연구에서 기술됐지만,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않았으며 반대 연구 결과도 있다”고 인정했다. FDA는 그러면서 “이 연관성은 지속되는 과학 논쟁 분야”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면서 ‘타이레놀이 유해하다’는 오인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충분한 의학적 검토 없이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발표가 성급하게 이뤄진 것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발표를 앞두고 미 정부 내에서 발표 내용과 기자회견 개최 여부 등을 놓고 격론이 이어졌다면서, 이번 발표가 트럼프 대통령과 케네디 주니어 장관의 강력한 의지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보도했다.

발표하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왼쪽)과 메흐메트 오즈 건강보험서비스센터장과 함께 타이레놀과 자폐증 발병의 연관성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이번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과 케네디 주니어 장관이 대선 레이스 기간 함께 발표한 ‘마하’(MAHA·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프로젝트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이들은 다국적 제약회사가 미국인들에게 약을 비싼 값에 팔고 있다고 비판하며 ‘다국적 제약사와의 전쟁’을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고, 이는 집권 이후 의약품 관련 관세 인상 등의 의제로까지 확장된 상태다.

 

타이레놀과 관련한 논란 확산에 우리 관계 당국도 검토 절차에 돌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 문자 공지를 통해 “미국 정부의 타이레놀 관련 발표에 대해 향후 해당 업체에 이에 대한 의견 및 자료 제출을 요청하고, 관련 자료 및 근거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국내 전문가 의견도 함께 반영해 안전성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방침이다.


오피니언

포토

박보영 '뽀블리의 미소'
  • 박보영 '뽀블리의 미소'
  • [포토] 고윤정 '반가운 손인사'
  • 임지연 '매력적인 미소'
  • 손예진 '해맑은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