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캠프 출신·낙천 인사들 포진
인천공항公, 두 단계나 하락 경영 C등급
노조, ‘3선 출신’ 이학재 사장 사퇴 압박
‘尹캠프 특보’ 민영삼 코바코 사장 ‘미흡’
고용노동교육원장은 갑질로 중징계 예고
전문성 없는데 도 넘은 보은인사
계엄 직전 임명 ‘尹캠프 출신’ GKL 사장
‘김건희 황제관람 논란’ 박물관재단 사장
韓권한대행, 광해광업公·석유관리원 수장
전문지식 없는 언론인·의원 출신 앉혀

“전문성이 부족한 ‘낙하산’ 기관장 탓에 조직이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돼 낙하산 논란을 빚은 공공기관장들에 대한 내외부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주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 곳곳에 포진된 이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관련 경력이나 전문성을 찾기 어렵다. 전 정권 창출에 공헌했거나 총선에서 낙선·낙천한 여당 출신이라는 공통점만 있다. 권력을 잡았던 측에서 ‘하사품’처럼 내려보낸 낙하산인 셈이다.
노조의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대표적이다. 18·19·20대 국민의힘 계열 국회의원을 지낸 이 사장은 특별한 공항 관련 경력이 없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캠프 정무특보를 한 게 눈에 띄는 정도다. 공기업인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결국 2024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전년보다 두 단계 떨어진 ‘보통(C)’ 등급을 받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 근절을 위한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낙하산 기관장, 기관 경영에도 악영향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 인사는 공공기관 운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일보가 해당 기관에 대한 경력 유무만으로 분류한 낙하산 인사가 기관장으로 있는 공기업(11곳)과 준정부기관(7곳) 18곳 중 기획재정부의 올 6월 공공기관 경영평가(공기업 32곳, 준정부기관 55곳)에서 ‘보통(C)’ 이하 등급을 받은 곳은 10곳(공기업 6곳, 준정부기관 4곳)이었다.
특히 한국광해광업공단은 공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아주 미흡(E)’ 등급을 받았다. 자원 안보 등 핵심사업의 성과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는 이유다. 2022·2023년도 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것보다 2단계나 떨어졌다. 전임 사장도 광물산업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은 인사다. 공단 초대 사장을 맡은 황규연 전 사장(2021년 9월∼지난해 10월)도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공무원 생활만 해왔을 뿐 광물 개발 관련 경력은 찾기 어렵다.

광해광업공단 직원 A씨는 22일 세계일보에 “세계 여러 나라와 경쟁하는 광물자원개발 등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전문성이 부족한 사장이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했을 때 공단은 물론 국가가 떠안아야 할 위험은 상당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과거에도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평가받았던 분들로 인해 공단이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정권에 따라 장단이 바뀌니 매번 직원들이 갖는 불만도 크다”고 덧붙였다.
공기업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는 각각 ‘미흡(D)’으로 뒤를 이었다. GKL은 경영 실적 부진과 함께 일부 사업의 관리·운영 측면에서 미흡한 점이 나타났고, 코바코는 2023년 대비 영업 손실이 증가하는 등 전반적인 실적 부진이 반영됐다.
낙하산 인사가 수장으로 있는 기관들 내부 평가도 곱지 않다. 임기가 9개월 정도 남은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안팎으로부터 여전히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회사 노동자가 근무 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책임론은 더 커지고 있다. 윤석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임명 직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기관 내부와 업계에선 “물 산업 관련 경험이 전혀 없다”고 반발했다.
최현호 한국고용노동교육원 원장은 전문성뿐 아니라 ‘갑질 논란’까지 휩싸였다. 최 원장은 직원들에게 가구 설치나 세탁물 수령 등 사적인 일을 시키고, 부당한 지시와 모욕적 언사를 일삼았다는 의혹으로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의 감사를 받았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 교육원에 최 원장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다. 최 원장은 신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측근 중심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교재 개발에 관여하고 전문위원을 선발하는 등 총체적인 운영·관리 부실도 지적받았다.
정호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부장은 “정부가 관행적으로 자리를 내정해 왔지만 잘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내부에서 비판이 계속 나오는 것”이라며 “앞으로 그 자리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임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과 인연 통해 ‘알짜배기’ 기관 맡아
문제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전문성과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21대 국민의힘 국회의원 출신인 윤두현 GKL 사장이 대표적이다. YTN 기자 출신이기도 한 윤 사장은 박근혜정부 시절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거쳐 한 차례 국회의원을 했을 뿐 카지노 관련 경력은 없다. 다만 그 역시 윤 전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불과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2일 GKL 사장으로 임명돼 전문성 부족과 함께 ‘알박기 인사’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계엄 직후 임명된 기관장 중에서도 전문성과 거리가 먼 인사가 적지 않다. 올해 4월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한 한국일보 주필 출신 황영식 한국광해광업공단 사장은 인선을 두고 윤 전 대통령 측근의 영향력이 있었다는 의혹과 전문성 논란이 일었다. 다만 황 사장은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윤석열 캠프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며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올 1월에 임명된 최춘식 한국석유관리원 이사장도 마찬가지다. 21대 국민의힘 국회의원, 국민의힘 중앙연수원 원장, 경기도의회 의원 등 정치 경력만 대다수다.
지난해 8월 임명된 민영삼 코바코 사장은 국민의힘 당 대표자 특보, 윤 전 대통령 대선 캠프 국민통합특보 등 정치 경력에 치중돼 있다. 직무 관련 경력으로는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특임교수’가 있으나 1년씩만 지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정용석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도 전문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지낸 그는 전시기획업체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선 2023년 대통령실 근무 당시 김건희씨 무관중 국악 공연 ‘황제 관람’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해 4월 취임한 최현호 고용노동교육원장도 취임 당시부터 노동교육과 관련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낙하산 논란이 인 바 있다. 국민의힘 당원으로 오래 활동한 최 원장은 충북도 정무특별보좌관을 역임했다.
윤석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2023년 임명)과 박성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2022년 임명)은 취임한 해 국정감사 당시부터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다. 두 사람 모두 직무와 직접 연관된 경력이 없다. 윤 사장은 윤 전 대통령 대선 캠프 비서실 정책위원, 박 이사장은 19대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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