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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취업심사 퇴직경찰 3명 중 1명 로펌行 준비… “법조 비리 대비 필요”

입력 : 2025-09-21 18:16:44 수정 : 2025-09-22 05:59:00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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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경찰 업무와 관련성 있는 직무
대관 업무 등 맡는 ‘비변호사’ 직책 최다

전국 경찰청 수사 부서 2025년 433명 충원
수사 권한 강화에 ‘수요·공급’ 동시 증가

경찰 출신 사무장 늘어날 개연성 높아
인맥 동원한 브로커 규제안 마련해야

취업심사를 신청한 퇴직경찰 3명 중 1명가량이 법무법인으로 취업하거나 취업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가 경찰의 고유 권한이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찰 출신 사무장’과 같이 퇴직경찰의 ‘법무법인행’이 늘어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올 하반기만 해도 경찰이 수사 조직을 대폭 확대하고 인력 충원에 나선 상황이다. 전관 사무장은 과거부터 법조비리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뉴시스

21일 인사혁신처가 2024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간 공표한 ‘취업심사 결과’를 분석해 보니 취업심사를 신청한 경찰청 전체 퇴직공무원(98명) 중 법무법인 취업심사를 신청한 이는 30.6%(30명)에 달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경찰공무원은 경사 계급 이상부터 취업심사 대상자가 된다. 이들은 퇴직 이후 3년간 일정 규모 이상의 법무법인 등에 취업할 수 없다. 취업하려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취업심사는 두 종류다. 퇴직 전 5년간 소속했던 부서·기관 업무와 취업예정 업체 간 관련성에 대한 판단을 구하는 ‘취업제한 여부’ 심사와 업무 관련성은 있지만 공익 등 특별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걸 인정받기 위한 ‘취업승인’ 심사다. 전자에선 업무 관련성 여부에 따라 ‘취업제한’과 ‘취업가능’을, 후자에선 특별한 사유 여부로 ‘취업승인’과 ‘취업불승인’을 결정한다.

 

분석 결과 법무법인으로 취업심사를 신청한 퇴직경찰 대부분이 경찰에서 맡았던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직무로 취업하려 한 것으로 밝혀졌다. ‘취업가능’ 결정을 받은 사람은 30%(9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취업제한’ 43.3%(13명), ‘취업승인’ 3.3%(1명), ‘취업불승인’ 23.3%(7명)였다.

 

이들 대부분(60%·18명)은 대관 업무 등을 맡는 ‘비변호사’ 직책으로 취업심사를 신청했다. 가장 많은 직책은 ‘(사무·총괄)국장·전문위원’(46.7%·14명)이었다. 그 뒤를 ‘(예비)변호사’(40%·12명) ‘(법무)실장’(6.7%·2명) ‘고문’(3.3%·1명) ‘형사팀 직원’(3.3%·1명)이 이었다. 이들의 퇴직 당시 계급은 모두 ‘경위’ 이상이었다.

 

검찰청이 폐지되면 법무법인으로 향하는 퇴직경찰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A 경감은 “형사사건 피고인 변호를 많이 맡는 법무법인에선 퇴직경찰 수요가 적잖은 것으로 안다”며 “퇴직 후 5년이 지나면 직무 관련성이 있든 없든 법무법인에 취업하는 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근무하는 B 변호사는 “경찰 출신 변호사도 많아지고 있긴 하지만 경찰이 일하는 방식을 꿰고 있는 연차 높은 퇴직경찰이 있으면 업무에 알게 모르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수요’뿐 아니라 경찰이 계속 수사 조직을 키워 나가면서 ‘공급’도 자연스레 확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찰청은 올해 하반기 전국 시도경찰청의 수사 부서에 433명을 충원하기로 했다. 특히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473명에서 180명이 늘어난 653명으로 대폭 몸집을 불린다. 증원되는 180명 중 약 100명 규모의 피싱사기수사대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나, 금융범죄수사대도 30명 늘어난다. 금융범죄수사대는 현재 무소속 이춘석 의원의 주식 차명거래 의혹,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의혹 등 파장이 큰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다.

 

수요·공급이 동시에 증가하면서 경찰 출신 사무장 또한 늘어날 개연성이 높다. 경찰 출신 사무장은 법조비리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사무장이 인맥을 동원해 부정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부산에선 경찰이 법무법인 사무장으로 불법 취업한 뒤 사건 조회와 사건 수임 등 대가로 수임료 일부를 챙긴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18년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보면 변호사 2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형사사건 수임 시 브로커 의존 유혹을 느꼈다고 응답한 이는 16.1%(45명) 수준이었다.

 

보고서는 “변호사들의 법조브로커 경험에 관한 조사 결과를 과거와 비교하면 경험률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지만, 소송의뢰인들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며 “특히 법률사무소에 종사하는 고문, 퇴직공직자에 대한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영미권 국가들의 변호사 소개 합법화를 참조하는 방향과 일본과 같은 변호사 공공성 확대를 참조하는 방향 모두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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