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불구속 수사 원칙 유념하고
실체적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야
서울중앙지법이 오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한학자 총재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진행한다. 앞서 김건희 특검은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한 총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실체적 진실 규명은 필요하지만, 특검이 수사 편의성만 따지면서 필요 이상으로 영장 청구를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법원은 실질심사 과정에서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이 불구속 수사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예외적으로 도주 우려와 증거 인멸 등의 사유가 있을 때 한해서 필요 최소한으로 영장을 발부해야 한다. 한 총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종교적 배경과 무관하게 많은 이들이 탄원서 제출에 동참한 것도 불구속 수사 원칙과 국제 종교 지도자에 대한 영장 청구의 부당성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특검은 영장심사에서 한 총재의 구속 사유로 증거 인멸 우려를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미 광범위한 압수수색 등을 통해 관련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상태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등 관련 피의자들은 구속 상태다. 무슨 증거를 더 인멸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한 총재가 연루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윗선’의 지시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했다는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이 핵심 증언이다. 하지만 윤 전 본부장은 지난 17일 열린 1심 첫 재판에서 한 총재의 지시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특검은 한 총재에 대한 신병 확보를 밀어붙이고 있다. 일단 피의자 신병을 확보하고 방어권이 취약해진 피의자의 진술을 압박하는 것은 전형적인 검찰의 수사 방식이었다. 특검은 권 의원에게 전달된 돈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흘러간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 여권은 검찰청을 해체하고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기 위한 검찰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그 주요 논거가 검찰의 토끼몰이식 강압 수사, 별건(別件) 수사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특검을 보면 수사 방식이 더 거칠고 난폭하다. 강압 수사, 별건 수사는 특검까지만 하고 다음부터 하지 말자는 건가.
고령의 한 총재는 이달 초 심장 부위 절제술을 받았다. 한국은 물론 세계 약 160개국에 진출한 국제 종단의 지도자다. 도주 가능성은 특검도 주장하지 않는다.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종교 지도자에 대한 수사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한 총재 혐의를 놓고는 관련자의 진술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기소된다면 법정에서 충분한 심리로 실체적 진실을 밝히면 될 일이다. 법원의 신중한 판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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