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일을 시작할 때 저를 이끌었던 원동력은 알려지지 않을지 모르는 것들을 알리고자 하는 바람이었습니다.(중략) 지금은 한국의 위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젠 한국어를 영어로 옮길 번역가들이 많아졌습니다.”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의 연작소설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한 작가와 함께 2016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공동 수상했던 영국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38)가 해외에서 달라진 한국 문학의 위상에 대해 이같이 이야기했다.

스미스는 2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현대카드스토리지에서 ‘2025 현대카드 다빈치모텔’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화상 강연 ‘한국 문학을 세계로 이끈 번역의 힘’에서 한국 독자들을 만났다.
스미스는 이날 번역, 특히 소설에서 기법과 기술을 축적했지만 최근에는 소설을 작업하지 않는다고 들었다는 물음에 “제가 번역가로 일하던 시절, 소설을 번역하던 시절에 영국의 문화적 상상력과 더 넓은 서구 세계의 문화적 상상력에서 한국의 위상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사는 곳 근처에 한국 식료품을 파는 마트가 문을 열었고 런던에 한국 화장품 매장이 들어섰다고 소개한 뒤 “특히 제게 중요한 것은 한국어를 영어로 옮길 훌륭한 번역가가 정말 많아졌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려지지 않은 것들을 알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일했지만, 이젠 제가 번역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별 차이가 없어졌다”고 웃었다.
스미스는 왜 수많은 작품 가운데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골라 번역하게 됐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이 질문을 하는 분들은 제가 수백 권의 책을 읽은 뒤 한 권을 골랐을 거라 짐작하지만, 사실 제가 잡은 두 번째 한국 책이었다. 하지만 제가 수백 권의 책을 읽은 끝에 발견했더라도 제 선택은 ‘채식주의자’였을 것”이라며 “그 작품과 (한강의) 글쓰기에 친밀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스미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한국 대중과 직접 소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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