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중 찰스 3세 부부 국빈 방미 적극 추진
2박3일의 영국 국빈 방문 기간 동안 융숭한 대접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답례로 찰스 3세 영국 국왕 부부의 미국 국빈 방문을 추진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영국 국왕의 국빈 방미는 지난 2007년 찰스 3세의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2022년 타계)가 마지막이었다.

19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6년에 찰스 3세와 부인 커밀라 왕비를 미국으로 초청할 계획”이라고 BBC 측에 귀띔했다. 다만 방문 예상 시기가 2026년이라는 점 말고 구체적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무슨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는지 등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2026년은 미국이 영국 식민지에서 벗어나고자 독립을 선언한 1776년 이후 꼭 250주년이 되는 해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2026년 7월4일 제250주년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대대적인 기념 행사를 준비 중이다. 미국은 독립을 막으려는 영국과 수년간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1783년 체결된 파리 조약에 의해 비로소 완전한 독립국 지위를 얻었다.
일각에선 미국 독립 250주년 행사 기간에 맞춰 영국 국왕의 미국 국빈 방문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을 제기한다. 하지만 독립 전쟁 당시 두 나라가 치른 커다란 희생, 미국 독립 이후에도 꽤 오랫동안 불편했던 미·영 관계 등을 감안하면 그럴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BBC는 미국 측 관계자를 인용해 “찰스 3세의 미국 국빈 방문은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 행사와는 별도로 계획되고 있다”고 전했다.
1948년 11월생으로 현재 76세인 찰스 3세는 20대 초반의 젊은 시절인 1970년 왕세자 신분으로 처음 방미한 이래 현재까지 20차례 이상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으로 미국을 찾았다고 한다. 그는 최근 런던 인근 윈저성에서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위해 주최한 성대한 국빈 만찬에서 “나는 미국 국민의 독창성과 미국 민주주의가 지켜 온 자유의 원칙을 항상 존중해왔다”며 “영·미 두 나라 국민 간의 긴밀한 유대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찰스 3세의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는 1957년 당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처음 미국을 방문한 이래 70년 재위 기간(1952∼2022)을 통틀어 총 5차례 국빈 방미 기록을 남겼다. 2007년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만난 것이 마지막 미국 방문이었다. 그 뒤 20년 가까이 영국 국왕의 국빈 방미는 없었던 셈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처음 국빈으로 미국을 찾는 외국 정상이 찰스 3세가 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트럼프는 1기 집권기(2017∼2021) 시절 외국 정상의 국빈 방문 초청에 인색하기로 유명했다. 취임 첫 해인 2017년은 국빈 초청 행사 없이 그냥 건너뛰었고 이듬해인 2018년에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국빈으로 맞아들여 성대한 만찬을 베풀었다. 후임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임기 중 첫 국빈 초청 대상자로 마크롱 대통령을 선택했다. 이는 독립 전쟁 당시 프랑스가 미국을 전폭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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