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9일 개최하기로 합의했던 민생경제협의체 첫 회의가 무산됐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여야 협치에 대한 기대를 드러낸 지 하루 만에 협의체가 파행을 마주한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을 두고도 양당 대립이 격해지면서 여야 협치는 더욱 난항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與 ‘정부조직법’ 강행처리…野 “의회 독재” 반발
국민의힘 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초 오늘로 예정된 민생경제협의체는 순연됐다”고 밝혔다. 김 수석부대표는 “정부조직법 기습 상정과 내란특별재판부 법안 발의까지, 민생의 토대가 되는 헌법과 법률, 삼권분립까지 뒤흔들고 있다”며 “오늘 회의는 순연하고 민주당이 위헌·위법의 상황을 어떻게 해나가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위는 전날 검찰청 폐지와 기획재정부 분리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여당 주도로 처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처리에 반발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행안위 전체회의를 거쳐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기어이 국가의 근간인 정부조직법을 행안위 소위에서 일방 처리했고, 9월25일에 반드시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고 한다”며 “거대 의석만 믿고 의회독재를 자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정부조직법을 비롯한 모든 민생 법안을 민생경제협의체에서 정정당당하게 다루자”며 차후 회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조희대 비밀회동’ 의혹 두고 여야 충돌
여야는 이른바 ‘조희대 대법원장 회동 의혹’을 두고서도 대립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직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만나 이재명 대통령 사건 처리를 논의했다는 의혹이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지난 5월14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이 정상명 전 검찰총장,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만나 ‘이재명 사건을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말하는 내용을 들었다는 제보자의 음성파일을 틀었다. 부승찬 의원도 지난 16일 대정부질문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해당 의혹에 관해 물은 바 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민적 불신은 다 조 대법원장이 초래한 자업자득”이라며 자진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이 불법적인 비상계엄을 단호히 반대했고, 서부지검 폭동 때 분노의 일성을 했다면, 지귀연 판사가 윤석열을 풀어줬을 때 분명한 입장을 표명했다면 오늘날의 사법부 불신은 없었을 것”이라며 “본인이 자초한 일이니, 본인이 결자해지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공작정치가 본격화하고 있다”며 반발에 나섰다. 송 원내대표는 “제보라는 것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개인의 목소리, 또는 AI가 만들어낸 목소리일 뿐 조희대 대법원장과는 아무런 관련조차 없다는 게 확인됐다”며 “국민 앞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정청래, 서영교, 부승찬, 김어준 등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1호 적용 대상으로 막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서영교·부승찬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민주당도 “정청래 대표와 여당을 고발하는 즉시 ‘무고죄’로 대응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野, 장외투쟁 예고…장동혁 “총공세 시간 됐다”
국민의힘은 오는 21일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서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를 열기로 했다. 여당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강행과 조 대법원장 사퇴 압박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황교안 전 대표 체제 이후 6년 만의 장외투쟁이다.
장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참담한 시간들이 거의 다 지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의 공작정치와 독재음모, 사법파괴에 대해서 총공세를 할 시간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좌파의 더러운 공작정치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국민들께 알리는 데 의원님들께서 힘을 모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정부조직법이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송 원내대표는 “정부조직법을 강행 처리하기 위해 본회의에 상정한다면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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