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면권· 법관 독립성도 침해
AI 조작설에 조희대 사퇴 공세 주춤

더불어민주당의 ‘3대 특검 종합대응특별위원회’가 지난 18일 기어코 발의한 내란전담재판부법은 위헌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3대 특별검사 사건의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에서 국회를 빼 위헌 시비를 완전히 없앴다는 게 민주당 특위의 주장이지만, 여전히 헌법이 보장한 삼권분립에 위배될 소지가 적잖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만 봐도 애초 국회, 판사회의, 대한변호사협회가 각각 3명의 위원을 추천하기로 한 기존 안에서 법무부 1명, 판사회의 4명, 변협 4명으로 수정됐다. 추천위가 전담재판부 후보를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최종 임명하는데, 행정부인 법무부가 법관 구성까지 참여하는 셈이다.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 제101조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수사와 기소를 지휘하는 법무부가 법관 추천에 개입한다니 운동 경기로 치면 사실상 선수가 심판으로 뛰는 꼴 아니겠나.
내란재판부법은 재판부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이를 사면·감형·복권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도 담았다. 국회가 입법권을 남용해 대통령의 사면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위 위원장인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대통령 사면권 자체를 제한하는 게 아니고 사면 대상자의 자격을 규정하는 것이어서 위헌 문제와는 전혀 무관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이 사면권을 신중하게 쓰면 될 일을 두고 법으로 자격을 규정하려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법관이 내란·외환죄 피고인의 형량을 줄일 수 없도록 한 조항 역시 석연치 않다. 내란에 가담한 정적을 특정한 위인설법 아닌가. 특히 헌법 제103조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돼 있는데, 판사가 형을 깎을 수 없게 한 것은 대놓고 사법권을 형해화하겠다는 작태는 아닌지 묻고 싶다.
1심 사건은 공소 제기일로부터 6개월 내, 항소심 재판은 3개월 내 각각 선고하고 대법원에서 심리하는 상고심 재판은 3개월 내 선고하도록 한 대목도 판사의 독립성을 뒤흔들 소지를 안고 있다. 신속한 재판도 중요하겠지만, 자칫 여론에 떠밀려 충분히 심리 없이 섣부른 판결을 초래할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재판 과정의 녹화·촬영·중계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기로 한 것도 여론 재판으로 흐를 요인은 아닌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나서 위헌 소지투성이인 내란재판부법을 거둬들이는 게 마땅하다.
이런 상황인데도 민주당 지도부는 연일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면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19일 내란재판부에 대해 “사법부에 대한 공격 수단이 아니라 내란 재판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하기 위한 방어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삼권분립 훼손 논란에는 “저희가 사법부를 침해하는 게 아니고 (정치 영역으로) 들어온 사법부를 밀어내는 것이다. 사법부에 영역을 지키라고 밀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사법부가 전례 없던 사유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해 불신을 자초한 측면도 있으나 이를 명분 삼아 위헌 소지가 큰 내란재판부법을 마련한 민주당의 행태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더구나 끝내 이 법을 통과시키더라도 당장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따를 것이고, 헌법재판소에서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내란재판부의 심리는 중지될 게 뻔하다. 신속한 재판이 보장되지 않는데도 입법을 밀어붙인다면 사법부를 겨냥한 겁박과 다를 없다. 앞서 판사 출신인 민주당 박희승 의원이 지적했듯 헌법 개정 없이 내란재판부 설치 법안을 통과시키려 한다는 자체부터 위헌적인 발상이다.
민주당의 내란재판부 추진은 역풍을 맞고 있다. 서영교·부승찬 의원이 유튜브에서 제기된 지라시 수준의 ‘한덕수 회동설’을 앞세워 의혹을 제기하자 정청래 대표까지 나서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무리수를 둔 탓이다. 친여 성향 유튜브가 의혹 제기 때 사용한 음성 파일이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졌다는 조작설이 제기되면서 민주당은 수세에 몰리는 모양새다. 김 원내대표는 “(회동 의혹을) 처음 거론하신 분들이 해명해야 할 것 같다”고 서·부 의원에게 책임을 돌렸고, 서 의원은 조작 의혹과 관련해 “(최초 의혹 제기를 한) 열린공감TV에 물어보라”고 했다. 전날 조 대법원장을 겨냥해 “억울하면 특검 수사를 받으라”고 했던 정 대표는 “조 대법원장은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파기환송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빨리해야 했는지, 지금도 같은 생각인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공격 초점을 바꿨다. 스스럼없이 ‘카더라’ 공세를 벌이다가 슬그머니 발을 빼는 게 이날로 창당 70주년을 맞은 집권 민주당의 현주소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