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무역협상이 교착상태에서 좀처럼 빠져나오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일본이 미국과 관세 및 투자 관련 양해각서(MOU) 타결을 하며 관세를 15%로 인하하며, 한·일 양국의 자동차 관세가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나며 협상이 길어지는 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9일 한·미 무역협정 후속 협의를 위해 미국에 다녀온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일본과 한국의 다른 점을 미국에 최대한 설명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은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각각 낮추고, 한국이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하는 내용으로 무역 협상을 타결했지만, 수익 배분 등 구체적 이행 방안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인다.
이에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지난 11∼14일 미국으로 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나는 등 정부로서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장관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대미 협상을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판단”이라며 “(한국이 투자하기로 한) 3500억 달러를 미국이 다 가져가는 것으로 생각하는 데 그런 구조는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협상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미 협상과 관련 △어떤 이면 합의도 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익에 반하는 결정은 절대 하지 않는다 △합리성과 공정성을 벗어난 어떤 협상도 하지 않는다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또 18일 공개된 미국 시사잡지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요구에 동의했다면 탄핵당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과 김 장관의 판단으로 미루어볼 때 대미 협상은 더욱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 장관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과의 협상을 “새롭게 태어난 미국과 상대하고 있다”고 이전 공식으로는 풀기 어렵다는 점도 시사했다.
달라진 미국과 이 대통령이 공언한 협상 원칙, 김 장관의 협상에 대한 정의 등이 복잡하게 맞물리며 접점을 찾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이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60%가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등 협상을 급하게 타결해야 할 국내 요인도 적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고강도 압박이 실제 경제적 영향으로 다가오게 되면 이는 협상 타결의 속도를 높이는 변수가 될 수 있다. SK증권은 대미 관세 영향으로 현대차와 기아가 올해 3분기 각각 1조원, 7634억원의 영업이익 감소를 경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철강, 반도체 업계도 긴장을 하는 만큼 정부로선 협상을 마냥 길게 끌 수도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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