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생산 늘려 위기 돌파 의지
2024년 70조서 77조 증액 승부수
年판매량 417만→555만대 확대
“불확실성 속 주도권 확보할 것”
현대자동차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을 극복하기 위한 카드로 ‘더 공격적인 미래 투자’를 내걸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25%의 고율 관세를 부담하느라 영업 이익이 크게 주는 가운데 오히려 투자를 더 늘려 미래 차 시장과 새로운 지역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과 유럽 등 각국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하는 차종을 확대하고 현지 생산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더 셰드(The Shed)’에서 열린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불확실성의 시기를 다시 마주했으나 또 한 번 위기를 극복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미래 모빌리티 회사로 거듭나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베스터 데이에서 향후 5년(2026∼2030년)간 연구개발(R&D), 설비투자 등에 70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날 행사에서 같은 기간 투자 규모를 77조3000억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관세 여파로 올해 2분기 영업 이익이 8282억원 주는 등 올해 조 단위의 순이익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투자 규모를 늘리며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현대차는 연간 목표 판매량을 올해 417만대(제네시스 포함)에서 2030년까지 연간 555만대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의 반사이익을 거두고 있는 하이브리드(HEV)를 2030년까지 엔트리부터 중형, 대형, 럭셔리를 포함해 18개 이상으로 늘릴 방침이다.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도 2026년부터 럭셔리 HEV가 출시된다. 현재 현대차의 HEV는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코나, 투싼, 싼타페, 팰리세이드, 스타리아 8종이다.
신형 전기차들도 유럽, 중국, 인도 시장에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아이오닉3가 내년 유럽 시장에 출격하고, 중국에서도 준중형 전동화 세단이 현지에서 생산돼 판매된다. 전동화란 순수 전기차(EV)뿐 아니라 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수소연료전지차(FCEV)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2027년 공개되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도 현대차가 힘을 싣고 있는 역작이다. EREV는 기본적으로는 전기차이지만 발전기 역할을 하는 가솔린 소형 엔진이 배터리를 충전해 한 번 완충하면 최대 900Km까지 달릴 수 있다.
특정 지역 쏠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수출지역도 다변화한다. 올해 판매량 기준 상위 지역은 북미 29%, 한국 17%, 인도 15%, 유럽 14%, 중국 4% 등의 순이다. 이를 2030년까지 북미 26%, 유럽?인도 15%, 한국 13%, 중국 8%로 다원화 할 계획이다. 올해 100만대(24%) 수준인 친환경 차량 판매도 같은 기간 330만대(59%)로 늘릴 계획이다. 2026년 4분기부터는 신흥 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공장 가동에 나선다.
현대차는 지난해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끈 주주환원 정책도 이어가기로 했다. 무뇨스 사장은 “2027년까지 순이익의 최소 35%를 배당 및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등의 방식으로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주주환원률(TSR) 35%에 주당 최소배당금(DPS) 1만원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동일하게 제시했다. 현대차 1주당 매년 최소 1만원 이상의 배당을 주주에게돌려주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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