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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숙의이매진] 삶을 바꾸는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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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18 22:53:27 수정 : 2025-09-18 22: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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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통과해 가을로 가는 이즈음이면 곳곳에서 문화 행사가 많이 열린다. 그래서 가고 싶은 곳도 생기고 잠깐이나마 마음에 여유가 스미기도 한다. 어릴 때 나는 독서는커녕 문화 예술을 경험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제일 해보고 싶었던 것이 피아노를 치는 것이었는데, 엔지니어인 아빠가 좋아하는 배호의 노래를 내가 피아노로 연주하고 아빠가 노래를 부르는 걸 보고 싶었다. 결국은 피아노를 배우지 못하고 그 대신 비용이 들지 않는 육상이나 구기 종목 같은 걸 했는데 그러면서도 예술에 대한 동경을 늘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 예술과의 만남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를 잘 보여주는 영화가 있는데 2001년작 ‘빌리 엘리어트’이다. 영국 북부의 탄광촌에 사는 빌리가 발레와 만나고 발레를 하게 되는 과정은 여러 번 봐도 감동적이다. 이 영화에서 내가 주목하는 부분은 윌킨스 부인으로 나온 빌리의 발레 선생님이다. 평범한 동네 소년을 저 멀리 다른 예술의 세계로 데려가는 그 안목과 신념이 볼 때마다 존경스럽다. 나도 어릴 때 더 빨리 윌킨스 부인 같은 사람을 만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영화에서 빌리 역을 맡은 제이미 벨은 성인이 된 이후 ‘필름스타 인 리버풀’이란 영화에도 출연하는데 배우 지망생으로, 죽어가는 여배우의 마지막을 지켜주는 인물로 등장한다. 애넷 배닝이 여배우 역을 맡았는데 그녀의 온 삶은 모두 다 연기와 그 배역에 대한 몰입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영화를 보면 예술은 죽어가는 순간에도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걸 알 수 있고 연기를 뺀 여배우의 삶은 상상하기가 어려워진다.

예술가가 되려고 하는 젊은 사람들로부터 가끔 받게 되는 질문이 있는데 예술이 먼저인가, 삶이 먼저인가 하는 것이다. 물론 삶이 먼저 아닌가, 아니 예술이 먼저야! 조금 헷갈리기도 하지만 순서가 중요하다기보다는 서로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편이 좋겠다. 그래서 진자운동 방식으로 한쪽은 삶, 한쪽은 예술이 있고 그 두 개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는 것, 그렇게 한 인간의 성장과 소멸에 모두 강력하게 관계하는 것이 예술이 아닌가 싶다.


강영숙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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