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 속 식물/ 한위성/ 남곡소련 그림·만화/ 강초아 번역/ 선/ 5만원
중국의 가장 오래된 시가집인 시경(詩經)은 기원전 11세기부터 춘추시대에 이르는 305편의 시가를 엮은 경전이다. 고대 중국인의 생활과 사유, 자연 인식을 담아낸 문화적 보고(寶庫)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부분은 시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식물 이미지다. ‘시경 속 식물’은 이 방대한 시경에 등장하는 식물들을 추적하며, 그것이 지닌 생태학적 특징과 문화적 의미를 탐구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복숭아꽃(桃花)이다. ‘주남(周南)’의 ‘도요(桃夭)’에 나오는 구절은 지금도 널리 회자한다. “도화는 화려하게 피었네, 그대는 가야만 하리라.” 신부의 아름다움과 다산을 상징하는 복숭아꽃은 혼인의 축복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식물이다. 복숭아가 부귀와 장수를 의미한다는 인식도 이 구절에서 기원한다.

버드나무는 봄날 정취와 함께 이별의 정한을 담아내는 식물이다.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건네며 작별 인사를 나누던 풍속은 훗날 중국과 한국의 이별 문화로까지 이어졌다. 제례에 자주 쓰인 띠풀(茅)은 제단을 덮고 신을 맞이하는 데 사용되는데, 순수성과 경건함을 상징했다. 이처럼 시경 속 식물은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다. 사랑과 이별, 제사와 농경, 풍요와 다산을 노래하는 문화적 기호이자 사회적 언어였다. 저자는 방대한 식물 지식과 역사 문화적 맥락을 엮어 고대인의 삶을 새롭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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