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역사/ 토비 월시/ 김성훈 옮김/ 세종연구원/ 1만8000원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린 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하룻밤 사이에 도래한 것은 아니었다. 1956년 6월18일 미국 뉴햄프셔주 하노버에 위치한 다트머스대에서 열린 8주짜리 워크숍이 AI의 시작이었다. 1956년은 이제 막 컴퓨터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언젠가는 컴퓨터가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젊은 조교수 존 매카시는 지능형 기계를 만들기 위해 이 워크숍을 주최했고, 1962년에는 스탠퍼드대에서 AI 연구소를 설립한다. 훗날 이곳에서는 1996년 구글의 시초 ‘백럽’, 2005년 자율주행 자동차 ‘스탠리’ 등이 탄생한다.
세계적인 AI 석학 토비 월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교수가 집필한 ‘AI의 역사’는 인간과 기계의 협력·경쟁·갈등이 교차한 200년의 과정을 그려낸다. 책의 1부 ‘기호의 시대’는 기호, 예측, 규칙이라는 세 가지 아이디어를 따라 AI가 단순 계산기를 넘어 스스로 사고하는 존재로 성장한 초기 여정을 보여준다. 다트머스 회의에서 ‘인공지능’이라는 용어가 정식으로 탄생한 이후, 게임과 문제 해결을 통해 인간의 전략적 사고를 뛰어넘는 가능성을 탐험했고, 전문가 시스템과 논리적 프로그래밍 등은 오늘날 AI의 초석이 됐다.

인터미션 ‘로봇이 온다’는 로봇의 발전사를 다룬다. 자동차나 가전 같은 거대한 제조 공장에서 쓰이는 로봇처럼 단순한 기계도 있지만, 컴퓨터 시각, 센서 융합, 동작 계획 등 AI 혁신은 로봇 공학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었다. 세계 최초의 로봇 엘머와 엘시에서 시작해 룸바와 스탠리, 소피아까지 이어지는 진화를 보여준다. 저자는 “AI가 세상을 보고, 언어를 이해하고, 행동을 결정하는 능력이 정교해질수록 로봇은 유능해졌다”고 지적한다.
2부 ‘학습의 시대’에서는 인공두뇌, 보상, 추론을 다룬다. 프랭크 로젠블랫의 퍼셉트론은 간단한 문제조차 학습하지 못했지만 제프리 힌턴은 숨겨진 층을 도입하며 ‘심층학습’을 대중화했다. 이 발전은 오늘날 딥러닝의 초석이 됐다. 이후 딥마인드의 알파고는 바둑에서 인간을 제쳤고, IBM은 체스와 퀴즈 대결에서 AI의 잠재력을 증명했다.
저자는 마지막 3부 ‘미래’에서 AI 윤리를 조망한다. 기술이 인간의 삶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는 언제나 존재해왔다. 이번 AI 혁명이 이전과 다른 점은 바로 속도다. 저자 역시 AI가 인간을 초월해 인류를 위협할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노동과 일자리 등을 우려하지만 저자는 의료, 교육, 저작권, 개인정보, 금융, 책임, 윤리, 존재론적 문제까지 훨씬 더 광범위한 분야가 AI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 지적한다.
“수천년씩 걸리는 생물학적 진화와 달리 AI의 재귀적인 성능 향상은 하룻밤 사이에도 일어날 수 있다. 그럼 AI가 순식간에 인간의 지능을 훌쩍 뛰어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중략) 10년에서 20년 정도는 도전의 시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AI를 유용하게 사용하려면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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