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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뇌졸중, 남녀 차이의 비밀 [김태정의 진료실은 오늘도 맑음]

입력 : 2025-09-20 18:00:00 수정 : 2025-09-17 20: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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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학계에서는 남성과 여성 간의 생물학적·사회적 차이가 질병의 발병 양상과 치료 반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루는 ‘성차 의학’ 연구가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는 의학 연구가 남성을 기준으로 설계됐지만 지금은 같은 질병도 성별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어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특히 뇌졸중은 성차가 두드러지는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다. 뇌졸중은 국내 사망 원인 4위이자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매년 약 11만명이 발생한다. 뇌졸중은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높아져 남녀 차이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지 쉽지만, 실제로는 발생률과 위험인자, 치료 반응, 예후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

먼저, 나이를 보정한 발생률은 남성이 여성보다 높지만, 평균 수명이 긴 여성은 평생 위험이 더 크다.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 4~6세 늦게 발병하며, 유형별로도 차이를 보인다. 뇌경색과 뇌내출혈은 남성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지주막하출혈은 여성 환자가 65%에 이른다. 특히 폐경 이후 여성에서 많이 나타난다. 성별과 무관하게 뇌졸중의 대표적인 위험인자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방세동, 흡연, 음주 등이 있는데 이러한 위험인자가 성별에 미치는 영향은 차이가 있다.

먼저 고혈압은 전 세계적으로 남성에게 더 흔하지만, 폐경 이후 여성에게서 급격히 증가한다. 고혈압에 의한 뇌졸중 위험은 여성에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증 고혈압일수록 여성의 뇌졸중 발생률이 남성의 거의 2배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당뇨병의 경우 여성 당뇨병 환자는 남성보다 허혈성 뇌졸중 위험이 더 높고, 뇌졸중 후 사망률 또한 여성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난다.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중환자의학과 교수

반면 고지혈증의 경우 남녀 간의 차이는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 특이 위험인자로는 임신과 출산이 있다. 임신성 뇌졸중은 임신 중 또는 출산 후 12주 이내에 발생하는 뇌졸중을 의미하고, 대부분 출산 후 발생하는데, 출산 후 첫 주에는 비임신 여성보다 혈전색전증 위험이 15~35배 높아지며, 출혈성 뇌졸중 위험 또한 약 9배 증가한다. 가임기 여성의 뇌졸중 중 약 18%가 임신 관련 뇌졸중일 정도로 중요한 위험인자로 인식된다. 이는 임신 중 전신 혈역학적 변화, 응고체계의 변화, 염증반응 변화 등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이 복용하는 경구 피임약 또한 혈액 응고체계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혈관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허혈성 뇌졸중 위험을 약 2.5배, 출혈성 뇌졸중 위험을 약 1.4배 증가시킬 수 있으며, 에스트로겐 용량이 높거나 편두통, 고혈압, 흡연과 같은 추가 위험요인이 동반될 때 위험은 더욱 커지고, 폐경 호르몬 요법 또한 에스트로겐 용량에 따라 허혈성 뇌졸중 위험을 증가시킨다.

뇌졸중 이후 예후에서도 차이가 있다. 여성은 단기 사망률이 낮고 장기 생존율도 10∼20% 높지만, 기능 장애 가능성은 오히려 크다. 뇌졸중 이후 우울증, 치매 위험도 여성에서 더 높다. 이런 차이는 여러 원인에서 비롯된다. 여성은 더 늦은 나이에 발병해 회복력이 떨어지고, 근감소증과 노쇠가 많으며, 뇌졸중 전부터 기능 저하가 흔하다. 또한 홀로 사는 여성 노인이 많아 증상 인식이 늦고 병원 접근성이 떨어져 급성기 치료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폐경으로 신경 보호 효과가 있는 호르몬이 줄어드는 것도 회복에 불리하다. 여기에 사회적 지지 부족, 재활 치료 접근성 저하 등 사회적 요인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결론적으로 뇌졸중은 성별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는 병인 만큼 여성의 고혈압·당뇨 관리, 남성의 흡연·음주 관리 같은 성별 맞춤형 예방 전략이 필요하다. 치료와 재활 기회에서의 성별 격차를 줄이는 사회적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중환자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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