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후 56일 만…“일본 車업계 1.5조원 손실”
반도체·의약품 관세 ‘최혜국 대우’ 불명확하고
‘美가 선정’ 758조원 대미 투자 이행도 관건
일본은 16일 오후 1시1분을 기해 대미 자동차 수출 관세가 15%로 인하된 데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기존 관세율 2.5%보다는 여전히 높아 무거운 부담이 지속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 외 판로 개척 등 대응책을 모색 중이다.

◆車관세 27.5%→15% 낮아졌지만…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부가 연방 관보를 통해 16일 0시1분(현지시간)부터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7.5%에서 15%로 낮추기로 한 것과 관련해 “일·미(미·일) 간 합의의 착실한 실시로서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계속해서 미국 측과의 합의를 성실하고 신속하게 실시하도록 노력하고 우리나라(일본)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이와 관련해 “미국이 유럽연합(EU), 한국에 대해서도 관세 협상을 통해 자동차 관세를 15%까지 낮추기로 약속했지만 실시 시기는 명확지 않다”고 전해 당분간 일본산 자동차가 한국이나 유럽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NHK방송 등 일본 언론들은 “이로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조치가 일본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완화되지만, 기존 관세율보다는 여전히 높아 제조사 입장에서는 무거운 부담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 7월22일 양국 무역합의 후 실제 관세 인하 조치가 56일 만에 시행되면서 자동차 업체 7개사는 하루 30억엔(약 281억원)씩 총 1600억엔(1조5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日 자동차업체, 미국 외 판로 확대 박차
닛케이는 그러면서 “관세율이 낮아졌어도 올 봄까지 2.5%에 비하면 크게 높다”며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세계 제2 시장인 미국에 무게를 두고 있었지만, 고관세 대응을 위해 미국 외의 판로 확대에 힘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미쓰비시자동차가 브라질에 중남미 수출 거점을 마련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미쓰비시는 미국 판매 전량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어서 관세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는 제조사로 꼽힌다. 이번 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관세 영향만 320억엔(3000억원)에 달하고, 순이익은 전기 대비 76%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이 7%에 그치는 중남미 시장을 공략, 수익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마쓰다자동차는 멕시코에서 생산한 소형차의 미국 수출 물량을 줄이고, 대신 캐나다·콜롬비아로의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관세 영향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적인 조정이다.

◆반도체·의약품 최혜국 대우 등 과제 산적
미국 정부는 이날부터 유럽연합(EU)에만 적용했던 상호관세 특례 조치 대상에 일본도 포함하기로 했다. 기존 관세에 일률적으로 15%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관세율이 15% 이하였던 품목은 15%로 조정하고 15%를 넘는 품목에는 추가 관세를 별도로 부과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미국은 또 민간 항공기와 항공기 부품 490개 품의 경우 관세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관보에 명기했다.
다만 양국이 합의한 일본산 반도체·의약품에 대한 ‘최혜국 대우’는 과제로 남았다고 일본 매체들은 지적했다. 미국이 향후 발표 예정인 반도체·의약품 관세와 관련, 일본에는 가장 낮은 국가의 관세율을 적용하기로 했지만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는 이 내용이 명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담당한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도 이날 “의약품이나 반도체 취급 등 미국 측에 지속적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미국의 자동차 관세 인하 조치를 서두르기 위해 작성한 5500억달러(758조원) 규모 대미 투자 양해각서 이행은 앞으로의 초점이 된다. 닛케이는 “미국 행정명령에는 일본이 합의 내용을 지키지 않을 경우 필요에 따라 명령을 수정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다”며 대미 투자 이행 여부에 따라 일본 제품 관세가 올라갈 수 있다고 짚었다.
양국이 지난 4일 서명한 양해각서에 따르면 구체적 투자 안건은 미국인들로만 구성된 ‘투자위원회’가 선정해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하는 구조다. 수익은 “일본 측이 투자금을 회수할 때까지는 미·일이 50 대 50으로 분배하고, 그 이후에는 미국이 90, 일본이 10을 가져가게 된다”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설명한 바 있어 일본 야권에서는 ‘불평등조약’이라는 비판이 나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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