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콘퍼런스 참석차 첫 방한
“기술, 인간의 본성 표현하는 것”

‘만약 자신의 삶을 바꾸기 위해 불확실성에도 행동을 취하는 여성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어떤 느낌일까.’
공동체의 일부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자주 생각하던 무렵, 그는 우연히 한 여성 이야기를 접하게 됐다. 잘 사는 나라의 남성과 결혼하려는 가난한 제3세계 출신 여성, 더 나은 삶을 살고자 나라와 문화를 횡단한 여성 이야기를. ‘이들이야말로 사랑을 찾아 또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엄청난 모험을 한 여인들이지 않을까.’
마침 한 출판사로부터 마법사에 대한 책을 출간하자는 제안을 받았던 그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마법사 이야기가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자연스럽게 운명에 맞서 새 조국과 문화를 택한 이들 여성 이야기와 마법사 이야기가 겹쳐지기 시작했다. ‘내가 그리는 마법사는 혹시 이런 여인들 가운데 한 명이면 어떨까.’
중국계 미국 작가 켄 리우(49·사진)는 역사적 이야기와 자신의 상상을 버무려 단편 SF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011년 발표한 단편소설 ‘종이 동물원’이었다. 작품은 중국계 어머니와 아들 이야기다. 미국인 아버지는 신부들의 사진을 실은 국제결혼 카탈로그에서 어머니를 골라 결혼했고, 아들은 그런 어머니를 부끄럽게 여기며 멀리한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이후 아들은 어머니가 어린 시절 종이로 접어줬던 동물들이 마치 생명을 가진 것처럼 움직였던 일을 떠올리기 시작한다.
리우는 ‘종이 동물원’으로 SF문학상인 휴고상과 네뷸러상, 판타지 문학상인 세계환상문학상을 동시에 거머쥐면서 세계적 작가로 부상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3개의 상을 한 작품으로 모두 받은 첫 사례였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국제콘퍼런스 참석차 처음 한국을 찾은 리우는 15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들 여성들이야말로 자신이 태어난 장소와 익숙한 문화를 전부 떠나는 영웅적인 행동을 한 것”이라며 “이분들에게 영광을 드리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SF는 기술이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표현하는 장르이기에 사랑받는다”며 “흔히 사람들은 기술을 인간과 대치하거나 악한 요소로 정의하곤 하지만, 기술이 인간 본성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우는 또 “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 시체에 생명을 준다는 설정은 오늘날에 봐도 현실과 동떨어지지만, 오늘날 많은 사람이 여전히 그 작품을 좋아하는 것은 프랑켄슈타인이 상징하는 것들 때문이고, ‘프랑켄슈타인’ 속 괴물은 기술과 발전, 현대 등을 상징하고 있다”며 “SF 작가로서 저는 미래를 예측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대의 신화를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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