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연장 않고 증원 최소화’ 합의문에
지지층 “반대” 문자폭탄… 강경파도 반발
김병기 “고작 15일 늘리려고 협상 깼나”
정청래 “덮고가자”… 직접 사과는 안 해
鄭 ‘강경 노선’에 중도층 민심 이탈 조짐
국힘 “협치 전제 무너져… 정청래 사당인가”
더불어민주당이 11일 3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법 개정안 관련 여야 합의를 파기한 것은 당내 강경파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야 원내대표는 전날 특검 수사 기간을 추가로 연장하지 않고 수사 인력 증원도 최소화하는 특검법 수정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당내 강경파와 강성 지지층의 항의가 쏟아지자, 민주당은 원안대로 수사 기간과 인력을 확대키로 한 것이다. 집권여당이 강경파에 휩쓸려 국회 협상을 깨버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지도부 ‘투톱’ 충돌의 여진마저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與 “원안대로 수사 기간·인력 증원”
국회는 본회의에서 △특검 수사 기간 30일씩 최대 두 차례 연장 가능 △특검 인력 증원 △내란 재판 중계 조건부 수용을 골자로 한 특검법 수정안을 민주당 주도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추진하던 원안에서 특검 수사 기간과 인력을 증원하는 내용은 유지하고, 특검의 군 검찰 수사 지휘권과 국가수사본부 수사 지휘권, 재판 의무 중계 조항은 수정한 것이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는 전날 본회의를 앞두고 회동해 △특검 수사 기간 미연장 △수사 인력은 10명 이내로 증원 △내란 재판 중계는 재판장 판단에 따라 공공질서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경우 하지 않도록 수정해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25일 정부조직법 처리를 목표로 하는 여당으로선 금융감독위 설치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야당 협조가 필요한 만큼, ‘합의’를 이루는 데 초점을 맞춰 야당 요구를 수용한 것이었다.

그러나 양당 합의문이 발표된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수정안에 반대하는 민주당 지지자들과 의원들의 비판이 줄을 이었다. “3대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은 특검 수사 인력 확대와 기간 연장”(전현희 최고위원) “특검법 개정은 수사 인력 보강, 수사 기간 연장 등이 아니라면 굳이 합의가 필요치 않은 것이다.”(추미애 의원) “기간 연장, 인원 증원 사수! 타협은 NO!”(서영교 의원) 등이다.
민주당은 결국 ‘협상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는 특검법 수정안이 일방적으로 파기된 것을 두고 “원내대표가 책임지고 체결한 합의조차 당대표 눈치와 문자폭탄 앞에서 무력화된다면, 민주당 원내 지도부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鄭 “뜻 달라” 金 “사과해라”
합의안을 둘러싼 논란은 김 원내대표와 정청래 당대표 간의 갈등으로 옮겨갔다. 정 대표가 “우리 지도부 뜻과는 많이 달라 당황했다”며 합의안에 선을 긋자 김 원내대표는 정 대표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크게 반발했다. 정 대표가 합의안 내용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강성층 비난이 커지자 책임을 회피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갈등은 한층 격화했다. 의총 참석자들에 따르면 정 대표는 “원내 지도부가 협상안을 만드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그 과정을 공개하면 국민의힘만 좋은 일이니 덮고 가자”는 취지로 발언했다. 김 원내대표를 향한 정 대표의 직접적인 사과는 없었다. 합의 전 원내 지도부와 당 지도부 간 교감 여부가 논란이 된 상황에서 이에 대한 추가 논의를 차단한 셈이다.
이어진 민주당의 3대 특검법 자체 수정안 논의 과정에서 정 대표가 김 원내대표에게 새로운 수정안을 발의해 달라고 요청하자 김 원내대표는 “협상을 깨라고 하고, 그 협상안을 거의 그대로 반영한 수정안을 발의하라고 하는 것이냐”며 항의했다고 한다. 김 원내대표는 합의안에 공개 반대한 의원들을 겨냥해 “페이스북에 글 많이 올렸던데, 고작 15일 늘리자고 협상을 깼나”라며 “왜 여기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 하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여당이 하룻밤 새 여야 합의를 뒤집는 과정에서 드러나듯,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당내 강경파의 입김이 갈수록 거세지는 모습이다. 의원들은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 등 항의 공세 탓에 중도 민심보다는 강성 지지층에 먼저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도 하소연했다. 당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특검법을 여야가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어젯밤 사이 지지자들 문자만 2000통 넘게 쏟아졌다”며 “전화까지 몰려 일을 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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