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언론자유 위축 비판 의식한 듯
유튜브 제외·징벌 손배 여당안 제동
“누구든지 악의적 왜곡 땐 배상해야”
언론단체 9곳 “속도전 중단… 재논의”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이재명정부 출범 100일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에 관해 “언론만을 타깃으로 안 하면 좋겠다”고 언급한 것은 ‘언론 탄압’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 대통령이 “언론만 타깃으로 하면 ‘언론 탄압’이라고 주장할 근거를 만들 수 있다”며 “누구든 악의적 목적으로 가짜뉴스를 만든다면 배상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한 부분에서 잘 드러난다. 이 대통령은 이날 “보도하다 오보할 수 있고, 오보하면 고치면 된다. 그게 상식”이라며 “일부러 그러는 것과 실수는 다르다”며 본질은 ‘악의적 가짜뉴스’에 대한 징벌임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언론중재법을 건드리지 말고, 배상을 (늘릴 방안을 찾자)고 제안했다”며 사실상 그동안 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가 추진해온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제동을 걸었다.
민주당 언론개혁특위는 그동안 언론중재법을 개정해 언론사가 ‘악의적 왜곡 보도’를 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추진해왔다. 지난 5일 언론개혁특위 간사인 노종면 의원이 공개한 검토안은 특히 대기업, 권력자도 손해배상 주체로 포함돼 반발을 불러왔다. 그동안 문제로 지적됐던 유튜브 ‘허위조작 정보’의 경우 ‘정보통신망법’으로 따로 규제하겠다는 것이 언론개혁특위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날 이 대통령이 “유튜브에서도 일부러 가짜뉴스로 관심을 끈 다음 돈 버는 사람이 많은데 그걸 가만히 놔둬야 하느냐”고 비판하면서 ‘속도전’으로 가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숨고르기에 들어가고, 대신 유튜브에 대한 규제 강도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용희 선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대통령과 여당 모두) 언론이나 유튜브 등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자는 큰 틀에서 공감대는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언론과 유튜브를 어떻게 구분하고 묶을 것인지에 대한 구체안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는 것 같다”고 바라봤다. 김 교수는 이어 “입법부(국회)가 허위 정보 피해 구제라는 대의와 당위성을 확인해 줬다면, 그 이후에는 정부와 관련 전문가의 영역으로 맡겨야 한다”며 “언론과 방송 등에 대한 ‘개혁’에 매몰돼 논의를 너무 급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대학 언론학과 교수는 “최근 언론 대부분이 인터넷 기사를 작성하고 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언론과 유튜브 모두를 정보통신망법을 통한 ‘허위조작 정보’에 따른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 적용하면 된다”며 “굳이 언론중재법 개정을 강행해 ‘언론’만을 규제함에 따라 언론의 자유 침해와 탄압을 한다는 지적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현업단체 9곳도 이날 성명을 내고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법안 개정의 틀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더더욱 ‘속도전’을 중단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추석 전 입법’이라는 민주당의 개정 시한을 철회하고, 시민사회와 언론현업단체들과 심도 있는 논의에 나설 것을 다시 한번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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