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틀 벗어나 사안별로 판단
다양한 의견 수렴… 세밀한 입법 주문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각종 의제에 대해 ‘온건’과 ‘강경’을 오가며 이재명식 실용주의를 보여줬다. 이 대통령은 주식 양도세 등 민생 이슈에는 온건파의 손을 들어주고, 내란 척결 등 개혁 과제에서는 강경파의 목소리에 힘을 실으며 향후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공유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경제 이슈와 관련해서는 여론과 다양한 의견을 참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뜨거운 감자였던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와 관련해 여야에서 비슷한 의견이 많이 나왔고, 직접 자신을 향한 의견도 수렴한 결과 유지하는 데에 무게를 뒀다.

이 대통령은 여야 지도부 회동 당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요구도 상기하며 협치의 일환으로 삼았다고도 했다. 여야 간 크게 충돌할 필요가 없고, 실질적인 영향도 적은 개혁안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것으로 읽힌다. 또 주식시장 정상화와 코스피 5000시대를 천명한 만큼 최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지 않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반면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주창해온 내란 척결과 검찰 개혁 등의 과제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합의 파기로 논란이 됐던 3대 특검법(내란·김건희·순직해병) 개정안에 관련해선 정부조직개편안과 협상할 사안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3대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을 ‘민주공화국의 본질적 가치’로, 정부조직 개편안은 ‘효율’로 정의하며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강경한 자세를 유지했다. 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해선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입법부를 통한 국민주권 의지에 따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검찰 개혁 등 구체적 로드맵이 중요한 개혁 과제들에 대해서는 단호한 목표와 더불어 유연하게 접근할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검찰에 의해 죄가 좌지우지되는 현상은 막아야 한다면서도 향후 보완수사권 등 각론은 다양한 주체들의 의견을 두루 수렴해 세밀한 입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보완수사권까지 박탈해야 한다는 여당 내 강경파 주장에 치우치지 않고, 국가의 범죄대응 역량 저하 우려 등 반대 의견까지 고려해 개혁안을 완성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사안별로 가부를 판단하는 이 대통령의 실용적 면모가 다시 드러난 것이라고 평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정말로 실용주의자인 거 같다. 사안별로 판단하는 것 같다”며 “당 대표 시절에는 당의 수장으로서의 입장 때문에 (원칙적인 면을) 했던건데 대통령이 되니 그런 필요를 못 느끼는 것 같다.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때에도 그런 면이 좀 있었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과거처럼 진보, 보수 이런 틀을 가지고 옳고 그름의 정책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며 “정책에서의 강온 드라이브의 판단 근거를 굉장히 실용적으로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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