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타밸리대 정치집회서 총격 사망
당국 “183m 떨어진 옥상서 저격”
FBI·警 “정치적 동기로 발생 추정”
커크, MAGA 대표 청년활동가로
성소수자 등에 공격적 발언하기도
트럼프 “커크, 진실·자유의 순교자”
상대 진영 정치인 향해 방화·총격
CNN “적대감 굳어진 시대의 공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정치적 우군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극우 청년활동가 찰리 커크가 미국 유타주의 대학에서 열린 정치집회 중 총격을 받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사회의 극심한 좌우 갈등과 이로 인한 혐오가 상대 진영에 대한 물리적 폭력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10일(현지시간) 극우 청년단체 ‘터닝포인트 USA’의 창립자이자 대표 청년활동가인 찰리 커크가 이날 미국 유타주 유타밸리대학에서 열린 정치행사 중 총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대학 측이 당시 현장을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커크가 최근 미국 사회서 크게 늘어난 총기 난사 사건과 총기 폭력에 대해 청중과 문답을 나누던 중 한 발의 총성이 울렸고, 그 직후 그의 왼쪽 목에서 피가 솟구쳤다. 커크는 총격을 받은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얼마 뒤 사망했다.

당국은 용의자가 200야드(약 183m) 정도 떨어진 옥상에서 검은색 장총으로 총격을 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커크는 18세 때인 2012년 보수주의 정치운동 ‘티파티’ 활동가 윌리엄 몽고메리와 함께 ‘터닝포인트 USA’를 설립한 뒤 2016년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며 마가 진영의 대표 청년활동가로 올라선 인물이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한 뒤 함께 복귀 전략을 논의했으며, 올해 재선 취임식에도 초대됐다.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목숨을 잃은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인간쓰레기’로 표현하는 등 성소수자와 흑인, 유대인을 향한 공격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각종 세련된 무대 연출을 앞세운 강연 투어로 세력을 빠르게 확대했다. 지난 5일 보수 기독교 행사 ‘빌드업코리아’ 참석차 방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추모의 영상을 통해 “커크는 진실과 자유를 위한 순교자다. 수년간 급진 좌파는 찰리와 같은 훌륭한 미국인들을 나치와 세계 최악의 대량 학살자, 범죄자들에 비교해왔다”고 밝혔다. 아직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책임을 좌파 진영에 돌린 것이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유타주 경찰은 총격이 커크를 겨냥해 한 발만 이뤄진 점 등으로 미뤄 이번 암살이 정치적 동기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사건이 벌어진 행사 개최를 앞두고도 캠퍼스 내에서는 찬반 의견이 크게 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대 들어 더욱 극심해진 미국의 좌우 갈등과 이념 충돌과 정치적 극단주의가 상대 진영에 대한 물리적 폭력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불과 3개월 전인 지난 6월 미네소타 주의회의 민주당 소속 멜리사 호트먼 의원과 배우자가 총격으로 사망했고, 이보다 앞선 4월에는 민주당의 유력 대권 주자로 꼽혀왔던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관저에 방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대선을 앞둔 지난해 7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세 중 총격을 받았지만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정치권 인사들을 겨냥한 공격과 위협이 급증하는 가운데 커크 피살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정치적 폭력의 어두운 뉴노멀이 미국 전역에 충격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CNN 방송도 “커크의 암살은 정치적 의견 차이가 국가를 분열시키는 극심한 적대감으로 굳어진 시대의 공포를 상징한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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