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법원,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제동

입력 : 2025-09-11 18:44:18 수정 : 2025-09-11 22:49:14
안경준 기자, 전주=김동욱 기자

인쇄 메일 url 공유 - +

조류 충돌 위험성 부실 평가 지적
신공항 경제성·환경성 부족 판단
기본계획 취소 요구 주민들 승소
전북도 “국토부와 항소 여부 검토”

법원이 생태계 파괴를 이유로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에서 시민과 환경단체의 손을 들어주며 신공항 건설에 제동을 걸었다. 2022년 9월 사업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이 제기된 지 3년 만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이주영)는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소속 시민 1300여명이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제기한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취소소송에서 11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인용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국토부가 이 사건 계획을 수립하면서 조류충돌 위험을 부실하게 평가하였을 뿐 아니라 해당 평가 결과를 공항입지 선정 과정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새만금국제공항 사업부지의 연간 예상 조류충돌 횟수는 45.92회로 나타났는데, 인천국제공항(2.99회)과 군산공항(0.04회), 무안국제공항(0.07회)에 비해 수십 배에서 수백 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공익이 조류충돌 위험, 환경파괴 영향보다 우월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업은 그 비용편익비(B/C)가 0.479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되어 사실상 경제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비용편익비는 정책의 경제성을 평가할 때 총편익을 총비용으로 나눈 비율로, B/C 비율이 1 이상이면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재판부는 공항 사업부지가 현재 염습지 상태로 법정보호종 조류가 다수 서식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새만금신공항 예정지에 있는 수라갯벌은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을 포함한 법정 보호종 60여종이 서식하는 핵심 생태지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서천갯벌과 연결된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EAAF)의 중요한 거점이기도 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업부지 바로 인근에 대체서식지를 만들 수 없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고 피고가 조류 등을 보호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고 밝혔다. 방청석에서 공동행동 관계자 등의 환호성과 울음이 교차했다.

김형우 전북특별자치도 건설교통국장이 11일 도청 브리핑을 통해 새만금 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취소 소송에서 국토교통부가 패소한 데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도는 이날 판결 직후 입장을 통해 항소와 함께 행정절차 이행을 지속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앞서 전북도는 2028년 새만금국제공항 완공을 목표로 해왔다. 하지만 이번 법원 판결로 올해 실시계획 수립과 연내 착공을 목표로 한 사업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조류충돌 위험과 환경 영향 재검토가 진행될 경우 최소 2년 이상의 지연이 예상된다. 공항 부지 선정과 후속 환경영향평가 절차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북도 관계자는 “새만금국제공항은 새만금 사업의 필수 기반 시설이자 정부의 국가 균형발전 프로젝트로 추진 중인 사업”이라며 “이번 판결로 환경영향평가 협의와 실시계획 수립에 대한 직접적 법률적 제약은 없지만, 국토부와 항소 여부를 검토하고 환경영향평가를 면밀히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송인단인 공동행동은 “우리가 수라갯벌을 지켰다”며 환영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그동안 공항 건설 전략환경영향평가에 사업 계획의 적정성과 입지 타당성 등이 모두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을 법원이 충분히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새만금국제공항은 미군기지와 90% 이상의 공역을 공유하고 있어 민간 국제공항으로서의 제 역할을 못 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 목적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며 “공항 건설을 백지화하고 갯벌과 환경을 보전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오피니언

포토

아이들 슈화 '반가운 손인사'
  • 아이들 슈화 '반가운 손인사'
  • 신예은 '매력적인 손하트'
  • 김다미 '깜찍한 볼하트'
  • 문채원 '아름다운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