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 김치찌개 HMR 출시
요리군 넓히고 6개국 수출 추진
일찌감치 뛰어든 워커힐 美 수출
조선호텔, 20여종 年 매출 500억
‘김포족’ 늘어나 성장 가능성 커
최상 품질·위생 관리로 식탁 잡기
국내 호텔업계가 자체 김치 브랜드를 만들어 수출하고, 가정간편식(HMR) 등 관련 제품을 다양화하며 김치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호텔의 식음료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데다 호텔 브랜드를 이용한 전략으로 고급 김치 수요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1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최근 출시한 HMR ‘롯데호텔 김치찌개’ 출시 간담회를 열고 향후 제품군 확대와 수출 계획을 공개했다. 2013년과 2016년 김치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철수한 롯데호텔은 두 차례 실패를 발판 삼아 2023년 ‘롯데호텔 김치’를 선보였다. 지금은 배추김치와 백김치, 열무김치 등 계절 김치를 비롯한 9종을 판매 중이다. 이번 김치찌개 간편식 출시를 계기로 볶음김치와 김치찜 등 요리 제품군을 넓히기로 했다.

롯데호텔은 김치 사업 ‘후발주자’일 정도로 서울 시내 특급호텔들은 김치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1997년 ‘수펙스 김치’를 선보인 워커힐호텔은 8일 미국 김치 수출을 위한 컨테이너 선전식을 열었다. 호텔 김치가 미국으로 수출되는 건 처음이다. 수출 물량은 7t이고, 현지 반응을 살핀 뒤 유통 채널을 확대할 계획이다. 조선호텔은 서울 성동구에 해썹(HACCP·안전관리인증) 김치 공장을 설립해 20여종 넘는 김치를 생산하고 있다. 김치 사업 연 매출은 500억원대로 올 1분기 호텔 객실 매출 472억원을 뛰어넘는다.
호텔 김치는 1만∼4만원가량으로 종합식품업체 김치 상품보다 가격대가 높다. 최상급 국내산 식재료와 요리장인 셰프의 손맛, 철저한 위생·품질 관리를 내세우며 고급화 전략을 쓴다. 롯데호텔은 설탕과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고 일반 새우젓보다 6배 비싼 육젓을 사용한다. 조선호텔도 추젓과 고품질 소금을 쓰고 있다.
김치 사업은 호텔업계가 추진하는 사업 다각화와도 맞닿아 있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객실 사업만으로는 성장의 한계를 느낀 호텔들이 식음료나 침구류 등 호텔 브랜드와 연계한 사업 확대에 나섰다. 김치 사업의 경우 일찍 시장에 뛰어든 워커힐과 조선호텔이 성과를 내면서 호텔업계의 새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롯데호텔은 1∼8월 김치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0% 증가했고, 워커힐의 경우 1∼7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81.6% 늘었다.
김치를 담그지 않는 ‘김포족’(김치 포기족)이 늘어난 것도 김치 사업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1∼2인 가구가 증가했고, 배추 등 김장 재료값이 뛰면서 소용량으로 김장하는 게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닐슨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포장 김치 시장은 약 6560억원으로 2021년(5370억)보다 22% 이상 커졌다.
호텔들은 기존의 포장 김치 수요자뿐만 아니라 여전히 김장하는 가구원도 겨냥한다. 천연 식재료를 이용하는 만큼 ‘집에서 만든 것과 비슷한 상품 김치’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해서다. 이성호 롯데호텔 커머스비즈니스팀장은 “호텔에서 상품을 만들 때 소비자가 신뢰해준다는 점을 느꼈다”며 “기존에 김장하던 분들을 새로운 타깃으로 보고 제품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호텔업계는 식음료 부문을 새 성장 동력으로 보고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롯데호텔은 자사가 진출한 일본과 미국, 베트남 등 6개국에 김치를 수출하기로 했다. 조선호텔은 삼계탕과 소 갈비탕 등 간편식 제품군을 늘리고 있고, 워커힐호텔도 명월관 갈비탕 등을 판매한다. 지난해 파라다이스와 서울드래곤시티도 김치 사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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