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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동물권이야기] 동물복지기본법 제정에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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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11 22:52:02 수정 : 2025-09-11 22: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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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국가 차원의 통합적인 동물복지 정책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동물복지기본법’을 제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존 동물보호법과는 별도로 보편적 차원의 ‘동물의 복지’를 위한 기본 원칙을 법제화하겠다는 것이다. 법 제정의 취지는 환영할 일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내용이다.

동물복지기본법이 명목적 법률에 그치지 않으려면 가장 먼저 동물의 법적 지위가 명확히 규정되어야 한다. 현재 동물이 법적으로 ‘물건’에 불과한 현실은,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제재뿐 아니라 동물의 생명과 건강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데에도 여러 한계를 야기해 왔다. 동물을 물건처럼 취급하는 현실과 관점을 바꾸기 위해서는 동물이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생명체’이자 ‘감응력 있는 존재’(sentient being)로서 법에 규정되어야 한다. 그래야 기본법이 입법·행정·사법 영역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끄는 촉진제가 될 수 있다.

다만 이 법 하나로 동물의 처우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긴 어렵다. 우리 삶의 많은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민법에서 동물을 여전히 ‘물건’으로 본다면, 동물은 압류·재산분할의 대상이 되고 그 양육이나 손해배상 논의에서도 생명체로서의 고려는 배제될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는 민법이 바뀌어야 한다. 민법 체계의 혼란을 우려하는 의견이 있지만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는 단서를 두면 법적 불안정성은 크지 않다는 게 다수의 견해다. 민법에서 동물의 법적 지위를 물건과 구분하는 것은, 동물이 곧바로 권리의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 물건과는 다르게 대해져야 함을 명확히 하자는 것에 가깝다.

이마저도 어렵다면 동물보호법 및 여러 특별법 조항을 세세하게 마련·강화해야 한다. 미국은 아직 동물을 법적 물건으로 보지만, 그 반면 동물 학대를 강력히 처벌하고 학대자의 동물 소유권을 제한하며, 이혼 시 동물을 단순한 재산으로 보지 않는 등의 법 제도를 갖추고 있다. 우리에게도 현실을 변화시킬 ‘실효적인’ 법이 필요하다.


박주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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