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핫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 달러 약세,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금 매수세가 겹치면서 금은 단순한 안전자산을 넘어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3700달러 돌파…파죽지세의 ‘랠리’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현지시간)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장중 온스당 3674.09달러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된 12월물 선물 가격도 한때 3714.7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29일 선물 기준 3500달러를 처음 넘어선 지 불과 9거래일 만에 3700달러 선을 돌파한 셈이다.
금값은 최근 3개월 새 9%, 올해 들어서는 무려 37%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연준(Fed)의 금리 인하 임박과 통화정책 독립성에 대한 의문이 금 가격을 가파르게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오는 16~1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일부 트레이더는 ‘빅컷’(0.5%포인트 인하)에 베팅하기도 한다.
금리 인하는 채권 수익률을 낮춰 금을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자산으로 만든다. 동시에 달러화는 올해 들어 주요 통화 대비 10% 하락해 해외 투자자들의 금 매수 유인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질금리가 다시 마이너스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 구조에서는 금이야말로 가장 매력적인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금리 인하, 달러 약세…한국 시장도 ‘골드 러시’
최근 금 가격 랠리는 중앙은행의 대규모 매입이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각국은 달러 자산 의존도에 의문을 제기하며 금 매입을 확대했다.
2015~2019년 연평균 130t이었던 중앙은행의 금 보유 순증 규모는 2022~2025년 상반기 평균 260t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동시에 ETF 자금 유입도 다시 활발해졌다. 전문가들은 “ETF 매수세는 단순한 리스크 헤지가 아니라 수익 추구 성격이 강하다”며 “금 가격 추가 상승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그널”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금 투자 열기도 뜨겁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금시장은 지난 10일 거래량이 1.093t으로 2014년 개설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루 거래대금은 1794억원으로 역시 사상 최고였다. 이날 1㎏ 종목 가격은 g당 16만774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전문가들 “온스당 4000달러 가능”…지금이 투자 적기일까?
전문가들은 이번 랠리가 단기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요인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 분절화와 금융억압 정책으로 금 수요는 구조적으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우럴 “올해 말 모형가격은 온스당 4000달러까지 갈 수 있다”며 “지금은 금을 포트폴리오 최소 10% 이상 담아야 할 시점이다. 불확실성 시대 최고의 보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달러 자산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며 “중앙은행의 금 매수는 ‘탈달러화’의 전조다. 금은 통화 시스템 변화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금값이 단기간에 과열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면서도 장기적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중앙은행 매수와 ETF 유입이라는 ‘이중 동력’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은 이제 단순한 안전자산이 아니라 고수익 자산이 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늦기 전에 포트폴리오 재편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의 금값 급등은 단순한 경기 불안의 반사효과가 아니다. 글로벌 통화 질서와 금융 패러다임 변화의 신호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듯 4000달러 시대가 열릴 가능성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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