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자동화 배터리 공장 ‘98% 진행’
귀환 땐 현지서 대체 인력 찾기 어려워
현지인 “포드 자동화 공정도 韓이 설계
인종차별주의가 美에 손해 끼칠 것” 지적

8일(현지시간) 한국인 300여명이 구금돼 있는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 디레이 제임스 교정시설 앞에서 만난 한 협력업체 간부는 공장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프로그래머, 정밀 장비 재조정 기계 엔지니어 등 핵심 고숙련 인력들이 구금됐다고 지적했다. 4일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들이닥쳐 한국인을 포함해 475명을 구금한 조지아주 엘라벨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은 최첨단 자동화 공장이다. 현재 약 98% 건설이 마무리된 단계인데, 마무리 단계의 핵심 인력인 자동화 공정 설계 프로그래머, 기계 튜닝 엔지니어 등이 구금됐다. 이들이 전세기를 타고 한국으로 귀환하고 나면 공정의 마지막 단추가 채워지는 데 어려움이 작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최첨단 자동화 시설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고숙련 정보기술(IT) 인력, 기계 엔지니어 등은 조지아 현지에서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아니다. 애초에 이 같은 이유로 한국에서 전문 인력들이 단기 비자를 활용해 급파됐다.
이날 만난 LG 조지아 현지법인 관계자도 “구금된 사람들 가운데 한국 국적자 대부분은 전문적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이며, 단순 노동자가 아니다”라며 “지금까지 진행된 작업의 대부분은 일반적인 수작업 건설이 아니라 (첨단) 공정을 구축하기 위한 특수 장비 설치 및 전문적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이 구금된 지 닷새째인 이날은 월요일로, 주말에만 허용된 구금자 면회는 불가능했지만 한국 영사 당국자 외 협력업체 관계자들이 간간이 시설을 방문했다. 한 관계자는 “(시설 측에서 변호인 접견을 위해서는) 서류를 보완해야 한다고 해 변호사가 문서를 준비해 다시 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구금된 이들 중에는 일본 국적 2명, 중국 국적 8∼9명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관계자는 일본 국적 근로자 2명은 배터리 장비 업체 히라노 텍시드 소속이라고 전했다. 7일 일본 측 업체 관계자와 영사가 이들을 방문했다. 중국인 근로자들은 중국 배터리 장비 업체 HK파워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국적자는 미국에 ESTA같은 단기 방문 비자로 방문할 수 없어 대부분 비즈니스 목적의 단기 체류가 가능한 B1 비자를 갖고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가족과 함께 미국에 체류 중이었던 베네수엘라 출신의 노동자도 한국 협력업체 소속으로 일했는데 이번 단속으로 추방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날 협력업체 관계자, 한국 취재진이 모인 곳 옆으로 한 트럭 운전사가 지나가며 “노 아이스(ICE)”를 외쳤다. 한국인들에 대한 연대의 표시였다. 이날 틱톡에는 자신을 테네시 포드 공장에서 일했다고 소개한 한 미국인 남성이 “현대뿐만 아니라 포드 공장의 자동화 공정도 한국이 설계했다”며 인종차별주의가 미국에 수십억달러의 손해를 가져올 것이라는 말을 하는 영상이 올라와 수만건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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