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수질 적합 땐 받아야” vs “침전물, 식수 안 돼”

입력 : 2025-09-09 19:30:00 수정 : 2025-09-09 18:47:33
강릉=강승훈·이지안 기자, 차승윤 기자 shkang@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도암댐 개방에 강릉 여론 팽팽

2001년 이후 가동 멈춘 도암댐 물
최근 수질검사 1급수… 방류 계획
일각 “농업용수로만 쓰자” 주장도

오봉 저수율 또 역대 최저 ‘12.2%’
주말 강릉 등 비 예보 ‘실낱 희망’

“가축 분뇨에 고랭지 밭 토사, 농약이 무분별하게 섞였던 물까지 먹고 씻는 데 이용해야 할 처지인지 생각하기도 싫네요.”

최악의 물 부족을 겪으며 재난사태 선포 11일째에 접어든 강원 강릉시에 평창 도암댐의 일시적 개방 방안이 사실상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갈수록 심화하는 가뭄 해결에 앞서 환경부가 “먹는 물 기준에 부합하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전문기관 의견을 받았고, 강릉시도 당장 뾰족한 대안이 없어 정해진 수순으로 보인다. 다만 지역사회의 여론은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8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도암댐에 초록빛 물이 차 있다. 강릉 가뭄 사태가 심화함에 따라 정부는 도암댐을 활용한 해갈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합뉴스

강릉시는 원주지방환경청에서 실시한 도암댐 수질 검사를 통해 ‘정수 처리 시 생활용수 공급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환경부로부터 최근 통보됐다고 9일 밝혔다. 강원도는 도암댐 도수터널(관로)에서 방류한 물이 남대천으로 흘러나오면 위쪽으로 600m 떨어진 오봉저수지까지 하루 1만t씩 강릉에 투입하는 내용을 검토해왔다. 이형섭 환경부 물정책관리과장은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대용량 수원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도암댐은 수질·수온 우려가 남아 있지만 과거보다 개선된 만큼 농업·비상용수 차원에서라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1990년 남한강 최상류 송천을 막아 건설한 유역변경식 발전소인 도암댐은 10년 동안 전기를 생산하고 2001년 가동이 멈췄다. 생활용수로 지어진 댐이 아니라서 수질 관리가 되지 않았던 탓이다. 현재 3000만t 규모의 물을 담고 있다. 시민들에게 생활용수를 공급 중인 상수원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이날 오후 1시30분 기준 12.2%로 전날보다 0.2%포인트 감소했다.

강릉시민들은 도암댐 물이 20년 넘게 정화작업을 벌여 수질이 1급수로 나온 만큼 ‘받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교동택지에 거주 중인 박모씨는 “기우제를 지낸다고 야속한 하늘이 비를 시원하게 내려줄 리 만무하다. 저수지가 쩍쩍 갈라진 바닥을 드러내고, 정부가 문제 없다는 데 조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릉시번영회 측은 “하루 엄청난 양을 받는 것도 아니다. 시민들은 당장 사용할 물이 없다고 하소연한다”고 목소리를 보탰다. 더욱이 도암댐 방류수가 강릉시 쪽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정선·영월군도 비상 방류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원도에 전해 사실상 모든 걸림돌은 해소됐다는 게 중론이다.

도암댐 방류에 대한 우려도 작지 않다. 강릉 홍제동 한 주민은 “댐 상류 오염원이 크게 줄었다고 해도 20년 넘게 고여 수질에 의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신중히 결정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식수로 절대 안 된다”, “소·돼지 분뇨를 포함해 침전물이 많다는 것은 동네 어른들은 다 아는 얘기” 등의 글이 올라온 상황이다.

도암댐 물을 비상 방류하더라도 농업용수에만 쓰고, 오봉저수지 물로만 생활용수로 쓰자는 주장도 있다. 큰 고민에 빠진 시는 자체적으로 도암댐의 수질 검사에 처음 나섰다. 전날 도암댐 취수탑 상·중·하단 3곳과 도수터널 잔류수 등 4곳에서 채수해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했다. 시는 도수터널 물이 상수원으로 적합하면 시민과 전문가 의견 수렴 후 이르면 10일 ‘방류 수용 여부’를 발표할 방침이다.

오봉저수지 수위를 높여라 9일 강원 강릉시 오봉저수지 도로에서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관계 기관, 군 당국이 보낸 물탱크·살수차가 인근 지역에서 길어온 용수를 붓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도암댐을 관리 중인 한국수력원자력 강릉수력발전소도 도암댐과 연결된 관로에서 물을 뽑아내기 위한 직경 25㎜, 길이 20∼30m 바이패스 관을 설치 중이다. 극심한 가뭄을 겪는 강릉에 이번 주말 반가운 비 소식이 전해진다. 강원지방기상청은 한반도를 지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13일 강릉을 포함한 영동 지역에 비가 올 확률이 오전 80%, 오후 70%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이날 강릉시청에서 열린 정부 가뭄대응 현장지원반 간담회에서 “143일째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는 상황에서도 일일 필요량(9만t)의 40%인 3만6000t을 매일 확보하고 있다”며 물 확보 현황을 공개했다. 이번 간담회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강릉의 극심한 가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해 열렸다.


오피니언

포토

신예은 '매력적인 손하트'
  • 신예은 '매력적인 손하트'
  • 김다미 '깜찍한 볼하트'
  • 문채원 '아름다운 미소'
  • 박지현 '아름다운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