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견된 이별이다. 대한배구협회가 지난해 3월부터 여자배구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페르난도 모랄레스(43·푸에르토리코) 감독과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부상으로 경기를 뛸 수 없는 선수를 머나먼 원정길에 대동하고, V리그를 제대로 보지 않은 게 티가 날 정도로 대표팀 소집 등으로 비판을 받아온 모랄레스 감독은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강등까지 성적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 무조건적인 외국인 감독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이 전임 세사르 에르난데스(스페인) 감독에 이어 모랄레스 감독까지 증명된 셈이다.
대한배구협회는 지난 8일 여자경기력향상위원회(위원장 박미희) 회의를 열어 모랄레스 감독과 계약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3월 선임됐던 모랄레스 감독의 임기는 내년 대표팀 시즌 종료까지였다. ‘2+1년’ 계약으로, 올해까지 성적을 보고 재평가 과정을 거쳐 계약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자경기력향상위원 7명 중 5명이 참석한 가운데 참석 위원 전원 동의로 모랄레스 감독과 계약 종료를 확정했다.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포스트 김연경 시대’를 맞이한 여자배구 대표팀의 세대교체 과정에서 선수들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했다는 점은 호평을 받았지만, 역시 감독은 성적으로 말해야 하는 법. 2025 VNL에서 1승11패라는 최악의 성적표로 전체 18개국 중 최하위로 밀리면서 여자배구 대표팀은 내년부터는 VNL에서 뛸 수 없게 됐다.
게다가 V리그 프로팀에서는 모랄레스 감독의 이해할 수 없는 처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크게 나오기도 했다. 심한 피로 골절 부상으로 인해 경기에 뛸 수 없는 선수를 대표팀의 ‘분위기메이커’라는 이유로 대표팀 명단에 소집했다. 게다가 VNL 1주차 경기는 이역만리 떨어진 브라질에서 치러지기에 장시간 비행으로도 부상이 더 심해질 수 있음에도 무리하게 부상자를 소집한 것은 V리그 팀들과의 소통이 잘 되지 않고있음을 보여준 전형적인 사례였다.

게다가 또 다른 부상자 선수도 무리하게 소집했다가 해당 선수의 V리그 팀 사령탑이 병원 진단 결과를 들이밀어서야 명단에서 빼는 일도 있었다. V리그 한 사령탑은 “모랄레스 감독이 V리그를 제대로 보지도 않는 것 같다. 2024년과 2025년 명단 소집만 봐도 V리그에서 어떤 선수가 기회를 받아 뛰고 있는지를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게 분명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지난달 진주에서 열린 ‘2025 코리아인비테이셔널 진주국제여자배구대회’가 모랄레스 감독의 고별전이 됐다. 이 대회에서도 한국은 1승4패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유일하게 거둔 승리도 일본 3군을 상대로, 심판진의 노골적인 편파판정에 의한 승리였다.
대한배구협회는 내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과 아시아선수권 등 주요 국제대회가 이어지는 만큼 여자배구 대표팀의 재도약을 이끌 새로운 사령탑 선임을 위해 공개 채용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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