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즌 맞아 열흘 동안 15개 축제 통합
입소문에 타 지역서 벤치마킹 잇따라
국내 최장수 오페라 축제로 포문 열어
김광석길 포크 공연·동성로선 ‘버스킹’
‘콘텐츠페어’엔 최신 게임·웹툰 등 집합
간송미술관 기획전 등 볼거리도 풍성
‘2025 판타지아 대구페스타’가 올가을 7번째 시즌을 맞아 지역 대표 15개 축제를 모아 시민과 관광객을 찾는다.
10일 대구시에 따르면 올해 대구페스타는 ‘별의 노래(Symphony of Star)’를 슬로건으로 26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열흘간 대구 전역에서 열린다. 시는 민선 8기 출범 첫해인 2022년 가을 축제부터 지역 대표 축제를 글로벌 관광상품으로 육성하기 위해 전국에서 처음 예술·공연·축제를 하나로 묶어 ‘판타지아 대구페스타’로 브랜딩화했다.

봄(11개 축제)과 가을(15개 축제) 연 2회 열리는 대구페스타는 해마다 방문객 만족도와 축제의 관광 연계 효과가 높아졌다. 올해 봄 축제 방문객 표본조사 결과, 종합 만족도는 82.6점으로 지난해 봄 축제(78.1점)보다 4.5점 높았다. 축제 관람과 연계한 지역 방문 관광 비율도 평균 50.3%로 지난해 봄 축제(31.8%)보다 18.5%포인트 증가했다. 통합 형식으로 축제가 열린 덕에 홍보 효과는 물론 시민 접근성과 인지도 향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대구 통합 축제의 브랜딩 효과가 검증되자 부산(‘페스티벌 시월’)과 광주(‘G-페스타 광주’), 전북 전주시(‘전주페스타’) 등 국내 주요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통합축제를 선보였다. 강원 원주시 통합 축제 연구회는 선진모델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지난달 27~28일 대구시의회를 찾아 ‘판타지아 대구페스타’ 운영 성과 등을 공유하기도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앞으로 개별축제가 대응하기 어려운 다른 지역이나 해외시장에 대한 홍보를 확대해 문화도시 이미지를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K컬처’ 담아 글로벌 무대로

지방 도시 가운데 대구는 오페라 장르를 선도하고 있다. 대구는 2003년 지방 최초로 오페라 제작 극장인 대구오페라하우스를 개관했다. 자체 제작한 K오페라가 이탈리아, 루마니아 등에 진출하기도 했다. 지난 7월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자체 제작한 ‘심청’은 처음으로 26년 역사를 가진 에스토니아 ‘사아레마 오페라 축제’ 무대에 올라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국내 최장수 오페라축제인 대구국제오페라축제도 올해 22회째를 앞두고 있다. 대구페스타 가을 축제의 메인 프로그램인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영원(Per Sempre)’을 주제로 26일부터 11월8일까지 펼쳐진다. 축제 기간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 비제의 ‘카르멘’,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글룩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등 거장들의 작품 4편이 오페라 애호가들을 찾아온다.
대구 대표 글로벌 클래식 축제인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도 올해 해외 공동 개최로 글로벌 위상을 높인다. 19일 화려한 막을 올리고 60일간 대장정에 돌입하는 이번 공연은 국내외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와 신진 연주자들이 출연해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으로 시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축제 기간 대구시립교향악단은 일본 히로시마, 오사카, 후쿠오카 3개 도시에서 순회공연을 한다. 현지 콘서트홀 등의 초청으로 마련됐다는 점에서 향후 지역 음악계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재성 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오페라, 오케스트라 관련 콘텐츠의 글로벌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교류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홍보 네트워킹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시 전체가 공연장으로 ‘들썩’
대구페스타는 연극·무용·시각예술·미디어아트 등 장르를 넘나드는 풍성한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가족극, 스릴러 등 연극공연과 퍼포먼스를 선사하는 대구국제힐링공연예술제가 25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지역 소극장에서 열린다. 공식초청작·해외초청작·특별공연작 등 12편의 작품이 관객들을 기다린다.
포크송을 들으며 진한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대구포크페스티벌은 25~28일 중구 김광석길에서 감성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연극, 무용 등 공연과 전시 행사로 펼쳐지는 대구종합예술제는 29일부터 10월5일까지 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 열린다. 신인 뮤지션의 등용문인 파워풀대구가요제는 26일 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 청년·시민·상인이 함께 만드는 동성로 청년버스킹 ‘프리즘 2025’는 26일부터 10월4일까지 동성로에서 각각 개최된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대구사진비엔날레는 18일부터 11월16일까지 ‘생명의 울림’을 주제로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개막한다. 대구간송미술관은 23일부터 12월21일까지 가을 기획전도 마련했다.
게임·웹툰·애니메이션·캐릭터·영상 등 최신 트렌드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행사도 열린다. 26~27일 엑스코(EXCO)에서 열리는 대구콘텐츠페어에는 콘텐트 기업 채용박람회, 인디게임 공모전 시상식, 게임 런칭쇼, 인디도서전 등이 열려 기업에는 사업 기회를, 시민·학생에게는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주요 명소 곳곳서 가을 매력 만끽
대구 시민이 사랑하는 주요 명소에서도 먹거리·예술·공연이 어우러진 축제가 펼쳐진다. 가을에 산책하기 좋은 금호강 바람소리길에서는 시민들이 걷고 쉬며 교류하는 ‘금호강 바람소리길 축제’가 27~28일 북구 산격대교 하단 일대에서 개최된다. 강변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에서 공연과 체험,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도심 대표 유원지인 수성못에서는 26~28일 ‘수성못페스티벌’이 열려 ‘퓨전국악 콘서트’, ‘수성구 초·중학교 음악 청소년 한마당’, ‘전국 청소년 댄스 경연대회’ 등을 개최한다. 인근 들안길 일대에서는 27일 ‘들안길푸드페스티벌’이 마련돼 음식과 재밌는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1900년 국내에 처음으로 피아노가 들어온 달성군 사문진에서는 27일 ‘달성 100대 피아노’ 행사가 열린다. 나들이 명소인 달성군 강정보 디아크에서는 13일부터 10월12일까지 ‘2025 달성 대구현대미술제’가 개최된다.
방성택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문화예술본부장은 “판타지아 대구페스타 가을 축제는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소통의 장으로, 모두가 함께 즐기고 행복을 나누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기 대구시장 대행 “오래 머물면서 즐기는 ‘체류형 축제’ 만들 것”
“시민들이 찾기 쉽고 국내외 관광객이 오래 머물며 즐기는 ‘체류형 축제’로 만들겠습니다.”

지역 여러 축제를 통폐합한 ‘판타지아 대구페스타’의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한 김정기(사진) 대구시장 권한대행(행정부시장) 설명이다. 대구는 2022년 가을부터 여러 행사를 한데 모아 지역 대표축제로 브랜드화했다.
김 권한대행은 10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그간 산발적으로 개최해 온 축제성 행사는 홍보나 방문객이 분산되고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축제 통폐합 이유를 설명했다.
벌써 7시즌을 치른 ‘판타지아 대구페스타’는 방문객 만족도, 축제 연계 관광객 수, 예매 매출액 등 성과가 뚜렷하다. 김 권한대행은 “무엇보다 축제를 찾는 관광객의 선택 폭이 넓어졌고, 도시 전체가 하나의 무대로 변신해 공동체 화합의 계기가 되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시는 시민과 문화예술, 지역 경제를 하나로 엮는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게 ‘판타지아 대구페스타 인증제’와 ‘축제 학교’이다. 김 권한대행은 “지역 고유성, 혁신성, 시민참여도, 지속가능성을 갖춘 우수 개별축제를 선정해 판타지아 대구페스타와 연계한 홍보와 행사, 예산을 지원하는 한편 협업을 통해 축제 간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고 있다”며 “가까운 시일 내 ‘축제학교’도 개설해 축제 기획·운영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전문 인재 육성에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차별화한 지역 축제 콘텐츠와 예술인의 글로벌 진출 기회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게 대구시 구상이다. 김 권한대행은 “2026년 세계 최대 규모 극장인 중국 국가대극원과 오페라 ‘리골레토’ 공동제작·배급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2017년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로 선정된 대구의 문화적 잠재력과 풍부한 글로벌 네트워크 기반을 활용해 글로벌 예술·문화도시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권한대행은 인터뷰 말미 “이번 축제 기간 대구를 꼭 방문해 가을의 정취와 축제의 흥겨움을 느껴보길 바란다”는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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