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부족 언급, ‘사입 금지’로 손해 누적 주장
본사 측, 맛과 위생 균일 내세워 ‘사입’에 반대

전국적으로 가맹 사업을 펼치는 프랜차이즈 기업에서 가맹점주가 개별로 재료를 사들이는 이른바 ‘사입’은 제재 행위에 해당한다. 가맹점 음식 맛과 품질 통일성을 위한 조치인데, 일부 점주의 사입이 메뉴 품질에 영향을 주면 해당 브랜드를 믿고 먹어온 소비자들은 변화를 빠르게 눈치채고 등을 돌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본사 규정대로 착실하게 재료를 사들여온 점주들만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다만, 재료 수급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인건비 등 고정비용은 매달 나가는데, 재료 부족으로 메뉴를 소비자들에게 내놓지 못한 데 따른 매출 감소와 그 타격은 고스란히 점주의 몫이어서다. 이렇다 보니 매출 유지를 위해 개별 재료 수급을 생각하는 일부 점주가 규정 충돌 가능성을 알면서도 사입을 강행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본사의 닭고기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매출이 감소했다면서, 교촌치킨 일부 가맹점주의 본사를 상대로 한 소송 예고는 이러한 문제가 복합 작용한 사례로 볼 수 있다.
8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교촌치킨 가맹점주 A씨 등은 이달 중 본사를 상대로 총 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점주가 주문한 닭고기의 약 40%만 공급해 매출에 손해가 있었다는 이유다. 이들은 임차료와 인건비 등은 매달 나가는데 가맹본사가 아닌 다른 경로로 닭고기를 구매할 수 없도록 사입 금지를 규정해 손해가 누적됐다고 지적한다.
올해 2월 경기 성남 교촌에프앤비 본사에서 집회를 연 가맹점주 100여명도 본사의 원활하지 못한 재료 수급을 강하게 비판했었다. 교촌에프앤비 이상로 국내사업부문장이 집회에 나온 가맹점주들을 만나 일정 수준 이하로 닭고기가 입고되면 본사가 보상한다는 확약서에 서명했지만, 공급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보상도 없었다고 A씨 등은 주장한다.
A씨와 함께 소송에 참여한 B점주는 올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에 낸 신고서에서 “가맹점 영업을 개시할 때부터 현재까지 가맹본사는 부분육 등 치킨 원재료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약 20년 동안 교촌치킨 가맹점을 운영 중인 B씨는 가맹본사가 단일 주문 건마다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100㎏까지 닭고기를 적게 공급했다는 내용을 공정위에 제출했다.
B씨는 신고서에서 ‘닭고기를 필수 품목(반드시 본사로부터 구매해야 하는 품목)으로 지정했으나 제대로 공급하지 않는 것’, ‘개선 조치를 마련하지 않은 채 사입을 금지하는 것’ 등은 ‘구속 조건부 거래행위’여서 가맹사업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재료가 없어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하게 하는 등 경제적 손해를 입도록 하는 것’은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사태 발단인 닭고기 수급 문제에 교촌에프앤비는 지난 겨울철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계절적 요인과 최근 도매가격 상승 등으로 차질이 생겼다며 원활한 재료 공급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세계일보에 밝혔다.
특히 사입 문제에 관해서는 “고객들은 교촌이라는 브랜드를 믿고 드시는데 점주들이 닭고기를 사입하면 그 닭고기가 어떤 회사의 것이고 얼마나 위생적인지를 소비자들은 알 수 없다”고 관계자는 강조했다. 계약 업체 재료를 써야 맛과 위생을 똑같이 유지할 수 있으며, 이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유통 구조의 기본이라는 얘기다.
닭고기 부족 문제에 외식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요는 일정한데 공급이 줄어든다면 도계 업체는 공정 비용이 올라가는 부분육 작업은 가능한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통째로 닭을 쓰는 업체에 우선 공급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귀띔했다.
교촌에프앤비는 가맹점주들의 소송 예고에 심정을 이해한다며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여러모로 힘드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계속해서 ‘본사가 B씨에게 올해 12월부터 가맹점 영업을 중단하라는 보복성 공문을 보냈다’는 일부 보도에는 “위생 관련 적발 사항이 다수 발생했던 점포”라며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가 아닌 올해 12월 계약 만료를 90여일 앞두고 규정에 따라 ‘갱신거절 의사’를 전달한 것”이라고 바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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